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한일 관계에 대한 발언을 직접 비판하며 후보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서로의 발언에 대한 비판 전에 가세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전날 미국 방한단 접견과 외신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두고 “친일 본색을 드러냈다”고 공격했고 국민의힘은 “친일 프레임은 유효 기간이 만료됐다”고 응수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박찬대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후보에 대해 “일본의 우경화를 두둔하고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충격적인 대일 역사관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일관계 경색에 대한 일본의 ‘면책’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의 우경화마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경악스럽다”고도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역사와 배경을 깡그리 무시한 채 우리 정부가 일본 우경화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은 한마디로 무지의 발로”라며 “일본 우익세력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행태로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무엇보다 윤석열 후보는 일본 총리 선거에 나온 것이 아니다”며 “윤 후보는 자신의 대일 인식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의 SNS 글을 향해 “‘가쓰라-태프트 협약’ 발언을 덮기 위한 화제 전환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윤 후보는 지난 9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또 “어떻게든 친일 프레임을 씌워보고 싶었을텐데, 민주당의 지긋지긋한 반일 선동은 윤미향 의원을 감싸고 돌 때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민주당에서 윤 의원 복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일본 문제에 대해 경쟁 후보를 비판하기 전에, 윤 의원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후보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게도 같은 민주당 정권임에도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간의 한일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다”고 적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양국 정상이 1998년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일본은 반성·사죄를, 한국은 미래지향적 노력을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함과 동시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사죄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발언에 대해 직접 비판하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김대중(DJ)-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한 것과 관련,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역사적인 DJ 업적을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