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대학인 한국폴리텍의 올해 입학 연도 원서 마감 결과에 교육계가 충격을 받았다. 전국 40개 캠퍼스 정원 7,025명 가운데 입학 인원이 6,834명에 그치면서 1968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폴리텍은 올해 2월 졸업생 취업 유지율이 90.3%에 달하고 한 학기당 등록금은 다른 전문대학의 절반 수준인 130만 원 내외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원 미달의 원인은 코로나19 사태, 학력 미달과 함께 취업이 잘되는 수도권 대학 진학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이 꼽힌다.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 보니 높은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고라도 여전히 수도권으로 청년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서 수도권으로 전입한 청년이 4년 만에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 소멸과 수도권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 큰 우려는 수도권에 꿈을 안고 찾아온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일자리위원회가 공개한 ‘지역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과 대응 방향’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지난해 9만 3,000명이었다. 2016년 4만 2,000명에서 4년간 두 배 넘게 뛰었다. 위원회는 “최근 수도권 인구 유입은 1988~2000년과 달리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며 당분간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295만 원으로 비수도권 266만 원보다 29만 원 많다. 이런 격차는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비수도권의 제조업 일자리가 무너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불황 탓에 2015년 247만 명이었던 비수도권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232만 명으로 15만 명(6%) 감소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소멸 현상도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멸 위험 진입과 소멸 고위험을 합한 소멸 위험 지역은 2017년 85곳에서 올해 106곳으로 25% 증가했다. 위원회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의 청년 인구 유출 확대는 앞으로 (지방)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취업난을 뚫고 수도권에서 직장을 찾더라도 당분간 벌이가 크게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에 취업할 당시 임금이 월 200만 원 밑인 경우는 73.3%에 달한다. 취업을 하더라도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 29.3%였다. 10명 중 3명이 다시 취업 전선에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거주할 원룸 구하기도 만만찮다. 부동산 플랫폼인 다방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51만 원(전용면적 33㎡ 이하)이다. 지난해 9월 다방이 대학생 2,787명을 대상으로 한 적정 월세 설문조사 평균인 30만~40만 원과 최대 20만 원 차를 보였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대학들의 정상 수업이 속속 이뤄지면서 원룸 월세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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