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아르헨티나 전역이 대규모 정전으로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하철과 철도 운행이 중단됐고 수돗물도 끊겨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블랙아웃의 원인으로 낡은 전력망과 시스템 오류가 꼽혔다. 변전소와 전력선 등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정전 사태를 불렀다. 페론당이 과거 집권 당시 전기 요금 동결과 전력 회사 보조금 지급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편 것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페론당은 1946년 11월 후안 페론 주도로 설립된 이래 줄곧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페론당은 수차례의 정파 간 이합집산을 거쳐 현재 ‘정의주의자당(PJ)’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페론당으로 불린다. 페론당 계열의 집권 세력은 국가 재정 상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퍼주기식 무상 복지 확대에 매달렸다. 정부로부터 무상 보조금을 받는 인원이 1985년 50만 명에서 지난해 1,000만 명으로 불어났을 정도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80%를 넘어섰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차례의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다.
영토가 크고 자원이 풍부한 아르헨티나는 1913년 당시에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미 최초의 지하철을 건설하고 1인당 GDP가 세계 6위에 오를 만큼 경제 부국이었다. 하지만 무상 복지 확대로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1인당 GDP는 9,929달러로 쪼그라들었고 경제성장률은 -9.9%로 떨어졌다. 빈곤층 비율은 42%까지 치솟았다. 정권의 무분별한 돈 풀기로 인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2%에 육박했다.
14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상·하원 중간 선거에서 페론당이 패배해 1983년 이후 40여 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됐다. 페론당은 34%의 득표율에 머물러 42%를 얻은 우파 연립 야당에 크게 밀렸다. 포퓰리즘의 폐단에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는 무분별한 복지 확대보다 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을 앞둔 우리도 선심성 매표 경쟁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과 구조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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