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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요소수 대란에도…'무역 1조弗' 치적만 내세운 정부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최단기 기록 홍보행사에만 골몰

화물차 멈출 판에야 뒷북 대응

지난해 '마스크 대란'과 판박이

무너지는 산업현장 뒤돌아봐야





1조 달러 무역 실적을 사상 최단기인 299일 만에 기록했다고 산업통상 당국이 들떠 있던 10월 26일 요소수 품귀로 국내 물류 체계는 흔들리고 있었다.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수출 증가를 선도하고 있었고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과 코로나 백신 및 일부 공급 부족 우려 품목에 대한 사재기 수입 증가 등으로 무역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점은 간과하고 1조 달러 실적 홍보에만 골몰했다. 이렇게 국내 200만 대 이상의 디젤 차량 운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요소수 부족 사태는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었다.

디젤엔진은 저렴한 디젤연료를 사용하므로 가성비가 높지만 소음과 공해를 많이 배출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동안 엔진 소음과 공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 덕택에 디젤엔진 성능이 향상됐다. 환경 정책에 따라 2015년부터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토양 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 배출 감소를 위해 연소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하는 배기가스저감장치(SCR) 장착을 의무화했다. 따라서 요소수는 택배 트럭, 시내버스, 공사장 중장비, 소방차, 군용 트럭은 물론이고 디젤엔진 승용차에 연료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요소수는 질소비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요소를 정제수에 희석한 것이고, 국내에서 필요한 요소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전체 수요 요소의 3분의 2가량이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지난달 11일부터 중국 당국은 요소 수출 제한에 나섰다. 중국에는 석탄 매장량이 많지만 품질이 낮아 심각한 매연과 공해를 발생시키므로 자국 내 탄광을 폐쇄하고 대신 고품질의 호주산으로 대체했다. 석탄은 중국이 호주에서 수입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됐고 무역 투자 활성화로 양국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미중 갈등 국면에 미국 편에 선 호주에 대한 무역 보복으로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시켰다.

하지만 바로 중국에서 석탄 대란이 터져 발전소 가동에 차질이 생겼고 전기 부족 사태가 이어졌다. 요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데 당장 내년 농사에 사용할 요소비료의 생산 원료 부족을 우려해 지난달 중국은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을 중국에 진출한 우리 업체가 현지 대사관에 알렸고 이후 국내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 주유소에서 요소수 품귀로 가격이 오르고 화물차 택배 대란 조짐이 나타나고야 당국은 사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지시해도 부족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하루 소비량의 극히 일부를 수입하려고 군용기를 띄우고 군 비축 물량까지 내놓았지만 요소수 물류대란은 여전하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 마그네슘·리듐·실리콘·희토류 등에서도 제2, 제3의 대란이 발생할 수 있고 사태가 터진 다음에야 수입품을 실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카타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으로부터 요소를 확보하면서 국내에 있는 요소를 요소수 생산에 투입하고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배급제에 가까운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 내년 농사에 사용할 요소비료에 대해서는 감감한 상황이다. 이미 요소비료 가격이 올랐음에도 동계 비료 살포는 가능하다지만 내년 봄 파종기에는 비료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

언제부턴가 산업통상 당국은 무역 1조 달러를 한 해 정책의 대단한 성과처럼 간주해왔다. 굴곡이 있지만 무역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1조 달러 무역을 기록한 2011년부터는 어차피 연간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을 수밖에 없는데 매년 연말이면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담당하는 반도체 가격이 인상됐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다수 원자재의 가격이 적게는 20%, 많게는 100% 이상 올랐기에 2021년 무역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산업 현장을 봐야 한다. 가격이 올라 무역액이 늘어난 것이지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었을 수 있고 많은 업종에서 코로나 팬데믹 상처가 깊을 것이다. 중국은 내년 농사를 내다보고 요소 수출을 중단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붕괴하고 있는 국내 산업 현장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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