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구상한 ‘통합형’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 전부터 제동에 걸렸다. 윤 후보 측이 만든 선대위 안에 대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아야 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견을 보이면서다. 중도·반문·호남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포괄하려는 윤 후보와 달리 김 위원장은 쇄신형 선대위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선대위 구성과 관련된 논의를 나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구성과 조직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았고 중요 직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며 “후보의 인선 방안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선대위 발표는 다음 주 중반으로 예정하고 있다”며 “18일에는 권성동 사무총장 인선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의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에 혼자 있었는데 누구를 만나나”며 “(선대위 안은) 아직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안에 퇴짜를 놓은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만남을 부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선대위 안에서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최근 김 전 대표에게 가칭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하고 승낙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통합위는 국민 통합을 목표로 국가 비전과 국정 운영 전략을 논의하는 위원회로 중도·진보·호남 인사를 껴안기 위한 그릇이다. 김 명예교수는 상임선대위원장 또는 미래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통합위원회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 통합을 실질적으로 하려면 내용이 있어야지 기구만 하나 만들어 놓고 몇 사람 들어간다고 해서 국민 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며 “그런 짓은 괜히 국민에게 빈축만 사지 별로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에 힘을 실은 모양새다. 그는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구성안에 대해서 김종인 위원장과 논의된 내용을 저도 전달을 받았다”며 “거의 대부분의 내용에서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라디오(CBS)에 출연해 “후보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이견이 아주 많고 그런 건 아니다”면서도 “좀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견해 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의 의견을 검토해 선대위 조직과 인선을 다시 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석대변인은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준비할 예정”이라며 “김한길 대표와 김병준 위원장으로부터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이분들의 의견도 잘 수렴하여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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