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한일 간의 이견으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안방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려고 했던 미국은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7일(현지 시간) 오후2시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제9차 외교차관 협의회’를 마친 뒤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이 회견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국무부는 이미 하루 전에 협의회 직후 세 차관이 함께 공동 회견을 한다고 사전 공지했다.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8차 협의회 후에도 이들 세 차관이 공동 회견을 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1시간40분가량 앞두고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서 공동 회견 대신 셔먼 부장관 혼자 회견을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오후2시에는 셔먼 부장관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동안 그랬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며 “이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 일본과 아주 건설적인 3자 협의를 하고 종전선언과 관련한 협의에도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지만 공동 회견 무산에 따라 빛이 바랬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최근 독도 방문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한미일 협의에서 일본 측이 이 문제를 거론했고 이는 3자 협의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최 차관이 항의하며 회견 불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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