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부 지역에서 올해 출생인구가 20% 내외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를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총인구 감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정부와 각 지역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중국 31개 성(특별시·자치구) 가운데 인구가 3번째로 많은 허난성의 올해 1~9월 출생아 숫자가 작년동기 대비 18.8% 줄었다. 또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시도 올해 1~10월 출생아 수가 작년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안후이성 츠저우시의 올해 1~10월 출생아 수는 21% 급감했다. 앞서 안후이성 당국은 올해 출생아 수를 53만명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18% 감소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국의 총 출생인구는 1,200만명으로 전년대비 18.1%가 하락했다. 2019년 출생인구는 1,465만명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SCMP에 따르면 중국 인구학자 허야푸 박사는 올해 중국 출생인구가 지난해보다 13∼20% 감소해 950만∼1,050만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해 평균 중국의 사망인구가 1,000만명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총인구 감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인구 감소 위기에 대해 중국 정부와 사회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이미 세계 최대 인구라는 자만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7차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7만8,724명으로 집계돼 세계 유일한 14억 인구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정점을 찍고 이미 ‘인구 절벽’에 근접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15∼59세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2010년 70% 이상이었지만 지난해 63.4%까지 떨어졌다. 60세 이상은 18.7%로, 2010년의 13.3%에서 급상승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는 한 가정에서 3자녀까지 출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출산보조금 등 각종 혜택제공에 나섰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 등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국 젊은이들의 감정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허 박사는 “인구 감소는 경제에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 노동인구가 2012년부터 감소한 것이 지난 10년간 경제 성장이 둔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미 결혼 건수가 급감하고 있어 장기적인 출산율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2021년 1~3분기 혼인신고 건수는 588만6,000건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같은 기간(713만1,000건)보다 17.5% 감소했다. 작년 동기 대비해서도 0.1% 줄어들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달 도시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불확실하다’라거나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은 조사 참여자의 3분의 1이 넘는 34.0%였다. 결혼에 부정적인 응답 비율은 여성이 43.9%로, 남성(19.2%)보다 더 많았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 불과한 중국이 한국·일본 등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과 같은 결혼·출산 기피 환경이 돼 버린 것이다. SCMP는 “출생인구 감소는 현재의 출산 장려책이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며 “일부 학자들은 정부의 더 강력한 지원책이 없으면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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