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내리고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이 상승했습니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내렸는데요.
이날은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화상 강연이 있었습니다.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 존 윌리엄스 총재의 강연도 있었는데요.
퍼먼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CEA 위원장을 지낸 만큼 민주당 측 인사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 인사들과도 교류가 있겠지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때는 부통령이었습니다. 퍼먼 교수의 생각과 인식이 현 정부에도 직간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퍼먼 교수의 강연 내용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테이퍼링 3월까지 마쳐야…금리인상 속도 내야지만 상황따라 조절 필요”
앞서 퍼먼 교수는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다소 뒤처져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날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시점과 횟수를 제시했습니다.
퍼먼 교수는 ①테이퍼링 속도를 높여 3월까지 끝내야 한다 ②2022년 상반기 금리인상 예상 ③2022년에 3차례 금리인상 전망 ④단, 인플레·고용 상황에 따라 조절 등입니다. 그의 얘기는 지금 시점에서 연준이 어떻게 정책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전망과 조언이 섞여 있습니다.
물론 연준이 반드시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가 경제학계에서 존재감이 있고 앞서 설명드린 대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 분야를 들여다봤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그의 말만 들어봐도 지금의 경제상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퍼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이유로 5가지를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계속되는 강한 수요 △공급망 회복에는 추가 시간 필요 △거주비용과 일부 서비스비용 상승 △노동공급 부족 △빠른 임금인상과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기대 등인데요. 미국 국민이 현재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저축이 있고 노동참여율은 개선될 기미가 없으며, 임대료는 아직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엄청난 수의 조기은퇴자와 함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는 이날 흥미로운 얘기도 했는데요. 과거 연준은 선제적 대응, 즉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 같으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맞아 지표를 보고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바뀌었는데요. 즉 예측이 아닌, 결과를 보고 반응한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는 지금 상황을 보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내려간다는 ‘예측’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 방향만 다를뿐 여전히 예측 기반으로 정책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예측에 기반한 정책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지금도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예측이 틀리면 큰 손실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퍼먼 교수가 테이퍼링을 일찍 끝내자고 한 이유는 여기에서 나옵니다. 테이퍼링을 일단 끝내야 금리를 올릴 수 있으니, 이를 먼저 처리해놓고 상황을 보고 금리를 정하자는 것이죠. 물론 그는 상반기를 시작으로 내년에 3차례 인상을 점치고 있습니다만, 인플레이션과 고용상황에 따라 철회하거나 바꾸자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왜 전문가들이 자꾸 금리인상을 얘기하고 그 횟수가 늘어날까를 곰곰히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뉴욕 연은 총재 “인플레 광범위하게 확산…장기 인플레 기대 더 많이 오르면 곤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설명드렸지만 이런 전망이 계속 확산할수록 연준은 입지가 좁아지고 결국 시장에 끌려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이미 정책실수 가능성에 대한 월가의 지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이날도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의미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도 오르고 있다”고 한 것이죠.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에서 의장과 부의장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3명의 의견이 사실상 매우 중요한데요.
윌리엄스 총재가 인플레이션의 확산을 인정했다는 점은 곧 있을 테이퍼링을 앞두고 한 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금리인상 압력이 지도부 내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단기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는 것은 긍정적이며 이는 이전의 하락세를 뒤집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 인플레 기대가 추가적으로 많이 상승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물가가 적정 수준 오르면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저성장, 저물가를 유지해왔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물가상승도, 인플레 기대 상승도 좋지만 이게 너무 오르면 결국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많이 오르면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이 역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인데요. 인플레이션 기대가 계속 오르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에게서도 읽을 수 있는데요. 비둘기파에 가깝다고 평가를 받는 그는 이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더 오를 경우 임금과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내년에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보는 건데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날 다시 하락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국채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처럼 신호를 정확히 주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파월 우세 속 늘어나는 브레이너드 언급…“교체 땐 주식시장 10분 간 상승” 분석도
추가로 차기 연준 의장에 관한 것, 짧게 살펴보겠습니다. 여전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임이 조금 더 유력하지만 계속해서 “브레이너드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야?”라는 분석이 흘러나오는데요. 프리딕트잇(Predictit) 사이트에 따르면 파월은 약 69%, 브레이너드는 33%의 확률을 갖고 있습니다. 33%라면 적은 게 아니죠. 최근 파월의 확률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임명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브레이너드가 유리한 증거라는 말도 있긴 합니다. 월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누가될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CNBC는 “파월 의장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아주 유력한 후보였으나 이제는 브레이너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전략가들은 파월 의장이 연임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보지만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너드를 선택하면 시장은 그를 좀 더 비둘기파적으로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차례 전해드렸듯 브레이너드나 파월 의장이나 큰 틀에서는 비슷한데 브레이너드가 고용을 좀 더 중시하고 있어서 파월보다 비둘기파적으로 비치는데요. 이 경우 금리인상 시점이 조금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죠.
통화정책은 누가 되든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갈립니다.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이 연임을 하면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브레이너드가 되면 주식시장이 10분 동안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더 뛸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파월 의장의 연임이 결정되면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주식과 채권금리 모두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전히 파월 쪽으로 중심을 갖고 보면서 브레이너드가 되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준비하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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