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수용된 한 재소자가 검찰 송치 이틀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해 현재 중태인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 자살 인구가 감소했음에도 교정시설 내 자살 관련 사고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수용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 및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순찰 중인 근무자에게 발견돼 치료 받고 있다. A 씨는 암호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이달 11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지 이틀 만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사고 발생 10분 이내 응급 조치가 이뤄졌지만 뇌 손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지난 2월과 8월에도 재소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8월 숨진 B 씨의 경우 24시간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는 독방에 수용된 상태였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교정시설 내 자살 관련 사고는 지난 몇 년 새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구치소·교도소에서 발생한 자살은 2017년 2건(자살 미수 44건), 2018년 7건(62건), 2019년 8건(70건), 2020년 11건(115건), 올해 10월 말 기준 10건(109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전체 자살 사망률은 전년 대비 4.4% 줄었지만 교정시설 내 자살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감방 내 CCTV 및 화장실 안전 방충망 설치 같은 시설 개선과 심리치료팀 신설 등 지속적인 자살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교정계에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상시적인 감시 체계 구축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국내 교정공무원 1인당 관리 인원은 지난 10년간 평균 3.3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는 영국(2006년 기준 2.3명)·호주(2명)·캐나다(1.1명)·스웨덴(1.5명)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최고 3배에 이른다. 게다가 교정시설에 따라 평균 관리 인원의 편차가 최대 5명에서 1명까지 있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중앙통제실에서 1~2명의 직원이 20~40개의 CCTV를 수십 초 간격으로 실시간 체크하는 상황이라 이상 행동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은 인력이) 주의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수많은 화면을 보는 게 힘들뿐더러 원칙대로 진행하더라도 운이 나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과밀 수용과 정신질환 수용자 증가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교정시설 수용 정원은 4만 8,600명,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5만 3,873명으로 정원을 10% 이상 웃돌았다. 과밀 수용은 수용자의 정신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가 발간한 ‘수용자 자살위험요인 연구’에 따르면 2007~2017년 자살로 사망한 수용자의 심리 부검 결과 89명 중 35.9%인 32명이 정신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교도관은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심리적 파탄 상태로 교정시설에 들어온다”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폭행 및 자살 사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과밀 억제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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