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회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전면화한 가운데 리커창(사진) 총리가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의 ‘홍색 규제’가 경제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 간 역할분담론이 드러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청단 출신인 리 총리가 시 주석과 주류 세력에 정치적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23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상하이·광둥성·장쑤성·저장성 등 성(省)급 행정구역 책임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상하이에서 열린 경제 업무 좌담회에서 “시장의 활력이 유지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을 펴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의 시장 주체는 이미 1억 5,000만을 넘는다"며 "시장 주체가 많고 경제 발전이 잘 이뤄진 곳일수록 경제가 더욱 활력 있고 강한 근성을 갖는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이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 총리는 "경제정책 관련 조처를 내놓을 때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해 실사구시하고 운동식·돌격식·단칼식 조처를 채택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9∼10월 중국 산업 현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킨 전력 대란 사태에 관한 언급이다.
앞서 리 총리는 10월 전력난 해소 방안과 관련해 각 지방정부가 '운동식'으로 탄소 배출 저감을 실시하거나 ‘단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식(一刀切)’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리 총리는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시 주석과 차기 최고지도자 자리를 놓고 경쟁했으나 결국 2인자로 밀렸다. 당시 리 총리에 대한 상하이방의 반대가 심했다고 전해진다. 시 주석은 내년 3연임에 성공해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리 총리는 내년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내려놓고 이듬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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