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들은 광주 5·18 단체는 전씨에게 법적·역사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원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씨가 죽더라도 5·18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씨는 자신이 5·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왔다"며 "계속되는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과 사법부를 기망하고 반성과 사죄는 커녕 5·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며 역겨운 삶을 살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이 학살 책임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역사적 심판'이 되길 기대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원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죽음으로 진실을 묻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오월 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만고의 대역죄인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도 "전씨는 살아생전 본인이 저지른 죄를 사죄받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본인 스스로가 걷어찼다"며 "역사의 심판은 끝나지 않은 만큼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구속부상자회 조규연 회장은 "5·18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전씨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떠나 원통하다"며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반성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는데 그런 유서도 남기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이 마무리 되지 않는 등 아직 죗값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죽게되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 사건 피해자 측 법률 대리를 맡은 김정호 변호사 역시 "재판이 지연되며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역사적 의미는 있지만, 법률적으로 5·18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죄에 대해 확정판결이 내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이 이날 사망하면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채 광주에서 진행 중인 5·18 형사재판이 중단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애초 오는 29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