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006280)가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를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에 재도전한다. 고농도 혈액제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IVIG-SN) 허가신청 관련 생산시설 실사를 완료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 최종 점검회의를 앞뒀다. 과거 미국 시장진출 지연의 아픔을 딛고 내년 2월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할 경우 10조 원 규모의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진입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혈액분획 제제 'GC5107'은 FDA의 허가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른 허가 심사기한을 내년 2월 25일로 부여 받았다. FDA는 최근 GC5107의 상업화 생산을 담당하는 오창공장 실사를 마치고, 이달 중 최종 점검 회의(Late Cycle Meeting)를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일주일 안에 FDA 바이오의약품허가신청(BLA)에 따른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셈이다. GC5107가 내년 2월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하면 국내 기업이 개발한 혈액제제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IVIG-SN은 혈액의 액체성분인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 정제해 만든 면역글로불린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면역글로불린의 함유 농도에 따라 저농도(5%)와 고농도(10%) 제품으로 나뉘는데 GC5107은 고농도 제품이다.
앞서 GC녹십자는 혈액제제의 미국 시장 진출에 고배를 든 경험이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2015년말 저농도 제품인 IVIG-SN 5%의 FDA 허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2016년 말 최종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6년 11월과 2017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FDA로부터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을 지적 받으면서 허가가 지연됐다. GC녹십자는 고농도 제품인 IVIG-SN 10%의 상업화를 앞당기기로 미국 진출 전략을 수정하고, 개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 대상의 북미 3상 임상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면서 올해 1월 GC5107의 FDA BLA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오창공장 실사에서 별다른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혈액 제제의 미국 진출이란 숙원사업이 5년 여만에 빛을 보게 되는 셈이다.
GC녹십자그룹은 지난해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 2곳을 그리폴스에 매각하면서 현지 사업을 가속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내년 초 FDA 허가에 대비해 현지법인 GC목암(MOGAM)을 통해 공급망을 확보하고, 주요 기관별 소비량 점검을 완료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CG 애널리시스 등에 따르면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지난해 기준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제형을 합쳐 약 84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를 형성했다. 자가면역질환 분야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오는 2025년 140억 달러(약 1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GC녹십자는 GC5107을 미국 시장 점유율 기준 상위 5위 권에 진입시켜 주요 수익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소아 환자 대상으로 GC5107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3상 임상을 병행하면서 상업화 가치를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해 초 제출한 면역글로불린 제제 ‘GC5107’의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예상대로 내년 초 FDA의 최종 허가를 받으면 내년 하반기 중에 현지 제품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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