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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지나친 규제의 부작용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병원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근무한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 포함)를 비롯해 약사·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언어재활사·영양사·조리사·사회복지사·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다양한 인력을 두도록 법령에서 강제하고 있다. 간호 인력은 근무자 수에 따른 가산 제도를 운영하고 각종 전담자를 고용할 경우 수가를 통해 보상하고 있다. 유명한 대학병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필수 인력 수급이 병원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노무사들이 자문하기를 꺼리는 직역 중 하나가 병원이라고 한다. 법령에서 필수 인력으로 규정하거나 가산 제도가 적용되는 직종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병원 경영자들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적게 본다.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만 1년째 되는 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연차 사용을 이유로 한 달 정도 일하지 않고 급여와 퇴직금을 받아 간다. 근로계약서에서 연봉에 대해 비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다른 곳에 취직했다고 인수인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퇴직해버린다. 일반 기업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 병원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 병원의 경영 상태와 상관없이 임금 인상이나 인센티브를 요구하기도 한다.



병원장들은 인력의 대체가 가능하다면 기꺼이 그러한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물리치료사의 구인·관리가 어려워 도수 치료를 하는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간병 로봇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일상적으로 하는 활력징후 측정은 조만간 센서를 이용한 자동 측정·관리로 대체될 것이고 CCTV를 통해 보다 철저한 병동 관리가 이뤄질 것이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도 점점 인간의 노동력을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무인 키오스크, 로봇 배달 등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산업혁명 시대 영국에서는 러다이트운동이 펼쳐졌다. 방적기의 발명과 보급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임금이 턱없이 낮아진 노동자들이 고의로 기계를 고장 내거나 파괴한 것이다. 이 운동에 대한 심층적 평가는 뒤로하고 결국 방적기의 보급을 막지는 못했다.

의료 영역이 규제적이라는 것은 이러한 산업의 변화를 가장 늦게 받아들이려 하고 각 전문 직역 간의 벽을 법령으로 보장한다는 점이다. 시장은 정책의 선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의 질 관리를 위해 필수 인력을 요구하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지나치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장은 이를 우회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 제조업에 대한 지나친 법령 규제가 초창기 공장의 해외 이전을, 지금은 공장 자동화를 가져온 결과를 보라.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의료 서비스에서도 점차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단들이 등장하고 있고 향후 가속화할 것이다.

자신들만의 전문성이라는 벽을 너무 견고하게 쌓으면 시장은 아예 대체 수단을 만들려 한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인해 공인회계사·기자·은행원 등 선망 직종들이 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대가 도래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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