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인류 최대 위기로 떠오른 기후변화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전 세계 197개국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우리는 지금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바람과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인도 등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들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선진국들에 돌리며 주요국보다 10~20년이나 늦은 탄소 중립 시간표를 제시했다.
기대를 모았던 COP26이 비록 공허한 ‘말의 성찬’으로 끝났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탄소국경세’를 시행하기로 했다. 미국도 ‘오염유발국 수입세’라는 이름의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7억 톤으로 중국과 미국·인도 등에 이어 세계 7위다. 탄소국경세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대외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연간 수출은 1% 넘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탄소 배출 감축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 추진은 의도치 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요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은 줄어드는 대신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그린플레이션’은 단적인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열린 ‘제3회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서 김윤 의장은 그린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시장에 지나친 충격을 주는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속도는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거스를 수 없는 탄소 중립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시장이 받게 될 충격을 현실에 맞춰 조절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탄소 저감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과감하고 전폭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박영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경제학적 분석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정책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저탄소 기술 개발은 최소 10~3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KPMG가 자체 개발한 ‘탄소중립준비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32개국 가운데 11위로 평가받았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이기는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공동 기획=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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