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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 잃으면 찬밥” 미스터칩의 뼈저린 경고


‘반도체 신화’를 일군 국내 기업 전현직 수장들이 압도적 기술력 확보와 과감한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 발간 기념 인터뷰에서 “기술을 잃어버리면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 “남의 것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원천 기술로 선점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메모리 분야는 미국·중국의 추격에 시달리고 비메모리는 경쟁 업체와의 격차가 여전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이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한 대목은 뼈아프다. 권 전 회장은 “(정부가) 이전 방식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려 하면 성공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 기업의 투자·매출 규모가 작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외국은 반도체를 안보·인프라로 여기는데 우리는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국가가 외교 등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요국들은 상대국과의 충돌을 무릅쓰고 베팅하듯 지원하는데 우리는 기업 홀로 분투하는 현실을 꼬집은 셈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으로 낙점한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과감한 지원책을 제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온갖 규제로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고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 처리는 해를 넘길 판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디스플레이·인공지능(AI) 등 주요 전략산업에서 기술 초격차는 생존의 절대 조건이다. 투자 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반도체 왕국의 지위를 한순간에 날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정부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미래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주요 강국들은 사활을 걸고 전략 산업을 밀어주는데 한국은 딴지 걸기에 바쁘니 어느 기업이 생존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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