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5만 7,000명에게 지난해보다 약 3배 뛴 5조 7,000억 원의 종합부동산세 폭탄이 떨어졌다. 납세자들의 “징벌적 과세”라는 분통에도 여당은 “국민의 2%에 불과하다”고 종부세의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개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여론은 누구 편을 들었을까. 일단은 윤 후보의 공약에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든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답이 55%, 윤 후보의 종부세 개편안은 ‘적절하다’는 응답이 53.3%로 과반을 나타냈다.
두 후보가 내놓은 정책 대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를 국토세로 대체하고 걷힌 돈을 국민들에게 배당하는 형태다. 과세 체계가 복잡하고 소위 ‘집 부자’와 ‘땅 부자’ 사이에 역차별이 발생하는 점도 바로잡고 부동산 과세를 강화해 조세로 부동산 양극화 문제도 잡겠다는 취지다. 종부세는 현재 주택분과 토지분이 나뉘고 토지분은 또 별도 합산 토지와 종합 합산 토지, 분리 과세 토지로 나누는 식으로 얽혀 있다. 최고세율이 주택은 6%인데 토지는 3%다.
이 후보는 재산세에 추가로 부과하는 종부세를 땅과 주택 등 토지에 대한 용도를 구별하지 않고 일괄 과세하는 세제 개편을 공약을 제시했다. 이렇게 걷힌 돈은 ‘기본소득’ 형태로 국민들에게 배당한다. 이 대안에 과반이 찬성한 계층은 광주·전남·전북(62.1%)과 진보(63.6%), 민주당 지지층(71.1%) 등 전통 지지층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후보(53.9%)가 상대적으로 윤 후보에게 크게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40대(35.8%)에서도 국토보유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42.2%)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응해 윤 후보는 이 후보와 반대로 부동산 정책 대안을 감세로 잡았다. 제1 타깃은 당연히 종부세다. 윤 후보는 전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해 기존 주택 거래를 촉진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또 종부세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아예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내리는 방안보다 보유세·양도세를 모두 감세해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안은 지역별로는 강원(40.4%)과 광주·전남·전북(30.1%)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50% 이상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연령별로도 40대(41.5%)를 제외한 전 연령층의 과반이 적절한 대안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과세 체계와 관련한 대책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우선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현 정부가 자꾸 부동산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선입관을 줬는데 여당도 종부세 대상이 2%에 불과하다고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중도층과 중산층은 집을 사거나 산 집이 나중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까지 보고 있기 때문에 과세 강화는 선거 전략으로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에 대한 여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종부세 개편(53.3%) 여론도 압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날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20~21일 전국 성인 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거래를 투명화하고 투기 수요를 억제해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향(47.9%)이 종부세 완화와 양도세 감면으로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41.4%)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선은 개별 정책보다는 후보의 비전에 대해 투표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여론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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