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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억지춘향식 일자리 만들기

서울경제 논설고문·백상경제연구원장

사회진입 못한 청년들 불만 커지자

“일자리 늘려달라” 대기업에 SOS

기업 팔 비틀어 위기모면 꼼수 불과

노동정책 전환 없으면 공염불일 뿐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정부가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취임 후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청년희망ON’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삼성·LG·현대차·SK·포스코·KT 등 6개 그룹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들이 앞으로 3년에 걸쳐 만들기로 약속한 일자리만 17만 9,000개에 달한다.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이 처한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 청년 취업률은 7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1위에 머물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그냥 쉬는’ 대졸 청년은 20.3%로 OECD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고용 확대를 통해 청년들의 사회 진입을 돕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일자리 창출 방식이다. 일자리가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민간 기업에 스스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한데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역주행 노동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기는커녕 데리고 있던 직원도 내보내야 할 형편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기업에 부담만 가중시켰다. 기업 사정은 아랑곳없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가 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압박했다. 여기에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밀어붙인 여파로 기업들이 주문을 받아 놓고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규제는 또 어떤가. 21대 총선 결과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규제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현 정부에서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규제 법안은 3,900건이 넘는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미래 투자나 성장 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는데 우리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움쩍달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민간에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주지 않고 기업에 일자리 확대를 닦달하는 것은 기업의 팔 비틀기나 다름없다. 설령 기업들이 마지못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당장 정부 압박이 무서워 청년 채용을 늘리겠지만 이익이 나지 않으면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슬그머니 기존 인력을 내보내게 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기업들이 스스로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통해 고용을 활성화한 유럽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에서 하르츠 개혁을 단행하면서 해고제한법 적용 제외 사업장을 확대했고 파견 기간에 제한도 없앴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서도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시간 초과분을 적립했다가 나중에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했다. 이 같은 유연한 노동정책 덕분에 독일은 고용률이 2003년 64.6%에서 2019년 76.7%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실업률은 9.4%에서 3.2%로 낮아졌다. 네덜란드도 1982~1994년 뤼돌피스 뤼버르스 정부 때 시간제 고용을 확대하는 노사정 합의를 이뤘고 최저임금 동결을 통해 노동비용 부담을 완화했다. 빔 콕 정부(1994~2002년)는 파견사업허가제 대상을 폐지했고, 마르크 뤼터 정부에서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단축하는 등 유연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여성 고용률이 늘어나고 청년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경제가 활성화됐다.

지금 산업 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서 조금이라도 대응을 잘못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바로 도태되고 만다. 이런 때에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기업들이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20세기의 낡은 사고에 갇혀 경직된 노동정책을 고집하면 일자리 위축만 가져올 뿐이다. 기업 팔 비틀기에 앞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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