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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혈액암도 완치...암 정복 머잖았다"

[개원 7개월 맞은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

체내 면역 담당하는 T세포 추출

유전자 조작 거쳐 혈액에 재주입

림프종 환자 11명에 시술 완료

10명중 7명 종양 완전히 사라져

다양한 혈액암 치료에 곧 쓰일듯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CAR T-세포치료센터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말기 혈액암 환자들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치료 후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대부분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에 실패하고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환자들이죠. CAR-T는 이미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장은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CAR-T 치료제가 림프종을 비롯해 다양한 혈액암 치료에 쓰일 날이 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CAR-T는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추출한 다음 항체의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발현시키고 재주입하는 새로운 방식의 항암제다.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CAR-T 세포를 환자 혈액에 주입하면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표적으로 인식해 결합하고 암세포를 파괴한다. 면역세포에 일종의 네비게이션(항체)을 달아줘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원리다.



CAR-T 치료제는 ‘킴리아’ 치료 후 2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미국 소녀 에밀리 화이트헤드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꿈의 항암제'로 떠올랐다. 5살 때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던 에밀리는 2012년 킴리아 임상 시험 1호 환자로 참여한 후 9년이 지나도록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서 CAR-T 치료의 살아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브레얀지’ ‘아벡마’ 등 CAR-T 치료제 5종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이들 약제는 CD19 유전자 또는 B세포성숙항원(BCMA)을 타깃한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과 변이성 여포성 림프종, 급성 B림프구성 백혈병, 맨틀세포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주로 혈액암 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김 센터장은 “CD19, BCMA 외에 새로운 표적에 작용하는 CAR-T 치료제가 개발되면 고형암 치료 성적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CAR-T 치료가 난치성 혈액암 일부 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고형암 분야로 사용 범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는 이런 확신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CAR-T 세포치료센터는 지난 4월 20일 첫 투약 이후 지금까지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11명에게 시술을 완료했다. 국내 기업 큐로셀이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CRC01’의 임상 1상 시험에 등록한 환자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수는 2016년 9,294명, 2017년 9,719명, 2018년 1만428명, 2019년 1만1,182명, 2020년 1만1,736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중 기존 치료에 실패하거나 재발하는 환자들이 잠재적인 ‘CRC01’ 투여 대상으로 분류된다.

올해 3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국내 최초 CAR-T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세포치료센터는 더욱 분주해졌다. 킴리아 투여 대상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와 25세 이하의 급성 B 림프모구성 백혈병 환자다. 해외 제약사가 허가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다음 미국 공장으로 보내 제조하기 때문에 치료제를 만드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린다. 한 번 투약하는 데 5억 원 가까이 소요되는 고가의 약제인 만큼 병원 보험심사팀과 약제부 구매팀 등 행정부서와 제약사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러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갖춰 놓은 덕분에 킴리아의 국내 도입을 손꼽아 기다리던 환자들에게 허가 직후 곧장 치료에 돌입할 수 있었다. 현재 킴리아 주입을 마친 환자는 8명이다. 치료를 대기 중인 환자도 4명이나 된다. 얀센에서 개발한 CAR-T 세포치료제로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대상의 임상 시험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CAR-T 세포치료센터에서 시술받는 환자 수는 20명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은 2020년부터 국내 기업인 큐로셀과 함께 미래의학연구원 내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마련하고 임상 시험을 준비했다. 큐로셀이 지난 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대상의 CAR-T 치료제 임상을 승인 받으면서 센터 오픈에도 한층 속도가 붙었다. 올해 3월 킴리아가 품목 허가를 받자 원내 GMP 시설의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받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인력·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즉각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CAR-T 치료는 환자 1명을 위한 맞춤 치료제인 만큼, 제조를 위해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과정 과정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 국제 표준에 맞춰 세포를 채집하면 원내 GMP가 세포 처리를 맡는다. 김 센터장을 중심으로 혈액종양내과, 소아청소년과 교수진이 핵심 치료과정에 투입되고, 이후 감염내과와 신경과, 순환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응급의학과 등과 다학제 협진이 펼쳐진다. CAR-T 치료 환자 전용 입원 병상과 전문 코디네이터와 간호팀을 갖추고 환자들이 CAR T-세포 준비부터 치료 전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김원석 센터장은 “CAR-T 세포치료의 가장 큰 장벽은 비용 문제를 떠나 준비와 전후 관리가 복잡하다는 점”이라며 “종전까지 소비자 역할을 하던 병원이 적합한 환자 선정과 치료제 생산 과정에 관여하면서 생산자 역할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CAR-T 치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이 완전관해 반응을 보인다. 더 이상 쓸 약이 없어 절망에 빠졌던 환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라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센터를 열고 임상시험을 시작한 만큼 CAR-T 세포 치료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잡고 난치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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