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야당을 “저들”이라고 부르며 “발목 잡으면 뚫고 가야 한다. 책임 처리,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에게 쟁점 법안의 단독 강행 처리를 독려한 것이다. 이 후보는 24일 ‘민주당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큰절을 했지만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하는 듯한 거친 표현들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여당) 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있지 않느냐.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하자”고 몰아붙였다. 이어 여당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거론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한꺼번에 많이 태워버리지”라고도 했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 선거 표심과 연결될 수 있는 법안의 경우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라는 뜻이다. 이 후보가 7월 “과감한 날치기” 발언을 한 데 이어 실제로 여당 의원들에게 ‘연내 강행 처리’를 주문한 것이다.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한 뒤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겠다”고 다짐하고 처음 행동에 옮긴 것이 ‘입법 강행’ 압박인 셈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폭주 정치로 올해 4·7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벌써 대권이라도 잡은 양 야당을 무시하고 정부를 허수아비로 여기면서 국회를 거수기로 만드는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경험이 전무한 ‘0선’ 대선 후보라는 약점에 스스로 사로잡혀 국회의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는 신독재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의 불행은 권력을 독점하고 폭주하는 ‘제왕적 대통령’에서 비롯됐다. 뼈아픈 역사의 궤도에서 벗어나려면 대선 후보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협치의 자세를 갖췄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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