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는 누군가에게는 우월감을, 누군가에게는 열등감을 생기게 한다. 한창 외모에 민감한 시기인 10대 때는 더 그렇다. 외모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우열을 가리고 상처를 준다. 정작 더 아름답게 가꿔야 할 것이 내면인지는 모르고. 카카오TV 오리지널 '그림자 미녀'가 이런 외모지상주의를 매섭게 꼬집는다.
'그림자 미녀'(극본/연출 방수인)는 학교에선 왕따지만 SNS에서는 화려한 스타 지니로 살아가는 여고생 애진(심달기)의 아슬아슬한 방과 후 이중생활을 그린 드라마. 카카오페이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카카오TV 오리지널로 제작됐다.
애진은 못난 외모 때문에 소외 당한다. 전학 온 뒤로 친구는커녕 일진들에게 표적이 되어 외모로 놀림을 당하고 이유 없는 괴롭힘에 시달린다. 진성(홍석)은 그런 애진의 유일한 친구다. 애진처럼 친구가 없지만 이유는 다르다. 화려한 외모로 아이돌 연습생까지 하고 있다. 진성은 우연히 학교 옥상에 홀로 있던 애진을 만난 뒤로, 든든하게 옆을 지켜준다.
하지만 애진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진성 앞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낮은 자존감 때문. 애진은 보름달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 진성의 말에 "너는 네가 예쁘니까 세상도 아름답지? 나도 예뻐 보이고 싶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초승달이나 반달과는 다르게 그림자에 숨겨지지 않은 보름달은 '진짜'라며 애진에게 "너 같다"고 하는 말에도 "아니야. 난 그냥 어둠이야. 어둠 중에서도 제일 깜깜한"이라고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애진이 유일하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곳은 가상의 공간, SNS다.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포토샵만 있으면 애진은 지니로 변신한다. 그렇게 그는 팔로워 77만 스타 지니로 살아간다. 팬들이 있는 것은 물론, 인플루언서로서 제품 협찬을 받는 비즈니스까지 한다. 그곳에선 항상 지니를 걱정해 주는 절친도 있다.
문득 인생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가기도 한다. 현실의 애진은 화려한 스타 지니와의 괴리감을 떨칠 수 없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불안하던 찰나, 지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쿨가이(SNS 아이디)가 계속해서 애진의 뒤를 캔다. 애진은 쿨가이의 반복되는 메시지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늘 친절했던 진성이 쿨가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외모지상주의에서 비롯된 현실을 차갑게 그려냈다. 내면보다 외면으로 판단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아파하는 사람들. 외모 때문에 움츠러들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는 것에 소극적이게 된다. 돌파구로 찾은 SNS도 마음 한켠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쓰면서 살아간다. 사이버 불링이 두려워 그곳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행동한다. 그들도 결국 지니의 외모 때문에 너그럽기 때문이다.
총 13부작인 '그림자 미녀'의 3부까지의 스토리는 쿨가이를 추리하는 데 집중한다.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서스펜스 스릴러적인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시청자는 애진과 함께 긴장감을 느끼며 범인을 추리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4화부터는 쿨가이의 정체가 밝혀지고 난 뒤 그와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하는 애진의 모습이 그려진다. 애진의 비밀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지, 아직 등장하지 않은 모범생 반장 호인(최보민)과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커진다.
한편 '그림자 미녀'는 한 회차당 약 20분씩 방송되는 13부작 작품으로, 매수 수, 토요일 오후 8시에 카카오TV에서 공개된다. 4회는 27일에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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