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유리병 부족 사태에 직면한 미국 와인·양주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잭다니엘 위스키’ 제조사인 브라운포맨 같은 대기업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유리병 재고가 없어 주류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세인트어거스틴 증류소에서는 유리병을 기다리고 있는 약 5,000상자의 술이 탱크에 담겨 있다고 FT는 전했다.
주류 업체들은 연중 최고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를 놓칠 판이라며 유리병 공급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증류주 협의회의 리사 호킨스 수석부회장은 “명절은 향락과 선물 증정 등으로 양주 산업에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미국 양조장협회의 마이클 카이저 정부 담당 부사장도 “와인을 보관하는 탱크는 각각 병입 일정이 정해져 있어 이를 변경하면 양조장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의 빈티지 와인 업체 에스티츠는 유리병 부족으로 주요 소매점의 생산과 출하가 지연돼 700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선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리병 공급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는 지난 9월부터 이어진 노동력 부족과 물류대란, 늘어난 주류 수요 등이 꼽힌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담을 유리 용기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경제분석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 사이 전체 주류 소비는 13%, 양주 소비는 14% 증가했다. 아이오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시더리지 증류소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퀸트는 “일부 제조 업체들은 저장 공간이 부족해 생산을 잠정 중단한 상태여서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 기업들이 유리병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배송비 상승과 배송 시간 지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월까지 미국의 와인 및 양주용 750㎖ 병 수입량은 1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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