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일본 해상자위대 헬리콥터 탑재 호위함인 이즈모함에서 미국의 F-35B 전투기가 이착륙 훈련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즈모함은 사실상 경항공모함이다. 일본은 2023년까지 F-35B 18대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42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대양작전이 가능한 항모가 전투기까지 탑재한다는 것은 자위대가 일본의 영해·영공을 벗어난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이는 일본이 평화헌법을 선포한 후 견지해온 ‘전수(專守)방위’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이 1954년 자위대를 창설할 당시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을 공격하지 않고 오직 방위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는 뜻의 전수방위 개념을 만들었다. 그 뒤 전수방위는 수동적 방어에 입각한 국토방위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방위백서에는 ‘상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양태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며, 보유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로 한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전수방위 개념은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은 1991년 해상자위대를 페르시아만에 처음 파견한 뒤 꾸준히 해외 파병을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전수방위 원칙은 훼손됐다. 지난해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일본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집권 자민당 등의 주장에 대해 “정부도 새로운 논의를 하고 싶다”고 말해 선제공격도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논의하고 싶다’고 애드벌룬을 띄우더니 이제 실제 행동에 옮기는 모양새다. 일본이 호전적으로 나서는 데 빌미를 준 것은 김정은 정권이다. 일본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할 이유로 북한 등 주변 국가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거론한다. 핵·미사일의 발사 거점을 타격하는 것은 공격이 아니라 자위라는 논리다. 일본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 이벤트가 아니라 북핵 폐기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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