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 50여 명이 내년 중순까지 미국을 떠나야 할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이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국영TV 앵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우리 외교관들이 내던져지고 있다. (대사관은) 심각한 직원 부족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당국은 일부 러시아 외교관 가족들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만 단신 근무하라는 뜻이다. 러시아 측은 이를 “가족 분리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토노프 대사는 “외교관 27명과 가족들이 내년 1월 말까지 미국에서 나와야 하고 6월 말까지 27명이 추가로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200여 명의 외교관과 현지 채용 직원들이 미국 주재 러시아 공관에서 일하고 있다.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악화한 지난 2016년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에 부임한 외교관 100명 이상이 강제로 미국을 떠나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의 비자 문제에 까다로운 것은 러시아가 미국 공관 운영을 어렵게 만든 데 대한 대응이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한 후 지난 4년간 러시아에 있는 공관 직원을 90% 감축하고 기본적인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공관이 더 이상 현지 직원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령을 러시아가 제정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등은 아예 문을 닫았다.
미국 측은 지난달 “일련의 추방과 제재로 2017년 1,200명이었던 공관 직원이 120명으로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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