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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주가 하락의 아이콘 '한국전력'

이승배 증권부 기자





주식(株式)의 ‘주식(主食)’은 희망이다. 수천억 원대 손실이 쌓여 있어도 먼 훗날 이를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면 주가는 뛴다. 반대로 실적이 불기둥을 세워도 피크아웃 명분을 달고 얼마든지 빠지기도 하는 게 주식이다. 당장 풍요로워도 내일을 낙관할 수 없다면 중앙에서 변두리로 밀려나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전력(015760)은 개미들의 무덤이 됐다. 2012년 말부터 10년간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가 각각 45%, 135% 뛸 동안 한전은 30% 주저앉았다. 20세기 말 증시를 호령하던 국민주의 몰락이다. 10년간 줄곧 시장을 역주행했지만 여전히 바닥은 가늠이 안 된다. 11월 한전에 대해 보고서를 낸 국내 10개 증권사 중 ‘매수’를 추천한 곳은 단 3곳뿐이다. 영업 문제에 증권사들이 매우 우회적인 화법을 구사한단 것을 감안하면 한전은 애널리스트들이 입을 모아 “쳐다보지도 말라”고 말하는 유일무이한 종목이다.



한전의 추락에 브레이크가 없는 건 희망의 싹이 말랐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단가는 높아지고 국제 유가가 뛰어도 전기료 인상은 난망하다. 지난해 말 정부는 연료비연동제를 예고하면서 수익성을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어김없이 좌절됐다. 시장 원리가 무시되고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언제든 제 살도 깎아 먹어야 하는 ‘정책 피해주’라는 프레임만 더욱 확고해졌다. 2016년 12조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3조 원대 적자로 돌아섰고 내년에는 손실 규모가 5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전은 기업공개를 진행한 상장 기업이다. 국가 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대주주인 정부(지분율 51.1%)의 입김에 휘둘려 여타 공공기관과 거의 동일하게 경영된다. 한 증권사에 따르면 한전의 지배구조(G) 순위는 유틸리티 업종 내 꼴등이다. 정부가 강조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언급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익을 창출해 주주들과 성과를 나누고 소액주주도 ‘오너’로 대접하며 이들의 권리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건 주식회사의 기초적인 책임이다. 서민 경제만큼이나 주주와의 상생도 중요하다. 숨이 멎어가는 상장사로서의 정체성을 되살려 주주들에게 잃어버린 내일을 되찾아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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