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경제가 발전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른바 ‘마이카(my car) 시대’가 열렸다. 당시만 해도 자가용을 굴리는 사람이 극히 소수에 불과했지만 서울올림픽 이후인 1980년대 후반에 들어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별세한 고(故)노태우 정권에서 국민들에게 경제 부흥의 기치로 내세웠던 마이카 시대는 이제 케케묵은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누구나 자가용을 굴리고, 심지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타인의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나아가 차를 바꾸고 집을 넓히는 경제적 안정을 이룬 우리 국민들은 소위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타인과 함께 즐기는 레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레저는 국민소득에 따른 경향성을 보인다고 한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대체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소득을 기점으로 레저의 패턴이 ‘수상레저’로 바뀌었다. 우리 국민 누구나 마리나에서 요트와 보트 등 수상레저를 자유롭게 즐기는 ‘마이보트(my boat)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2009년 제정된 마리나항만법 개정이 필요하다. 초기 마리나항만 조성정책은 마리나항만 시설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마리나항만의 운영이나 서비스 여건과 관련된 정책은 미흡했다. 현행 마리나항만법은 마리나업으로 ‘마리나선박 대여업’과 ‘마리나선박 보관계류업’의 2가지 업만을 규정해 기타 마리나 활용 서비스업을 별도로 등록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마리나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리나항만법에서 마리나업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는 개정이 시급하다.
두 번째로 수상레저활동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고 수상레저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시행되고 있는 수상레저안전법에 대한 제언이다. 수상레저안전법은 수상레저기구의 인적 안전기준, 물적 안전기준, 수상레저사업 등이 하나의 법률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려면 하나의 수상레저안전법만으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렵고, 지금이라도 수상레저기구의 등록 및 검사 부분 등을 분리해 전문성을 도모하는 분법(分法)이 필요하다.
해상전문변호사이자 해양수산 정책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임한 사건들을 분석해보면, 최근 상선의 충돌·침몰 사건이나 용선계약 관련 분쟁 등 전통적인 의미의 해사(海事)사건 이외에도 수상레저기구의 충돌 사건, 요트 매매계약, 수상레저사업 등과 관련한 의뢰가 늘어나는 추세다. 마이보트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인데, 우리 국민들이 마리나에서 수상레저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토대인 법의 변화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변화하면 법도 그에 맞게 유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배가 큰 파도에 맞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과 같다. 마이보트 시대를 맞는 우리의 법은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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