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경제가 만난 임하영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은 ‘자타공인’ 부정부패 분야 ‘베테랑’ 수사관으로 꼽힌다. 지난 2002년 검찰사무직에 입사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 경제범죄형사부, 수원지검 반부패수사부 등을 거쳤다. 이들 부서의 공통점은 돈과 권력이라는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부정부패 사건을 항시 정조준해 수사한다는 것이다. 임 수사관은 10여년 동안 티끌만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 이른바 ‘현미경 수사’로 숨어있는 비리를 파헤쳤고, 그 결과 지난 2018년 부정부패 분야 전문수사관 자격을 획득했다.
시작은 현직 정치인이 연루된 뇌물 사건이었다. 지난 2002년 당시 임 수사관은 지청 막내로 행정 업무를 주로 맡았다가 수사과로 첫 지원을 나가게 됐다. 임 수사관은 “햇병아리 시절, 소가 뒷걸음치다가 걸린 것처럼 사건에 도움을 줄만한 작은 단초를 발견했다”며 “수사팀에 미미하게라도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과 수사 현장에서 열힘시 일하는 팀원들의 모습이 처음 접한 부정부패 사건의 기억”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얻은 소기의 성과는 임 수사관에게 ‘조금 더 큰 사건에서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목표의식으로 이어졌다. 운이 좋게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現 첨단범죄수사부)에서 회계분석 전문가 교육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일념 하에 약 1년 반 동안 기업과 관련된 기본적인 회계지식부터 자금세탁추적, 강제수사, 조사기법, 법리해석 등을 배우는데 매진했다.
임 수사관은 “수사경력이 풍부한 기라성 같은 선배·검사들로부터 사건 처리 전반에 대해 도제식으로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을 보냈다”며 “현장에 복귀해서도 개인적인 수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쪼개 기업과 관련된 각 분야를 개인적으로 공부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지난 2016년 성남지청에서 수사한 국책사업인 수서발 고속철도(SRT) 공사 비리를 꼽았다. 시공사의 현장소장과 하도급·감리·설계 업체 측이 결탁해 사전 계약 내용이 아닌 비용이 적게 드는 공법으로 굴착한 사건이었다. 자칫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지만 구간별로 어떤 공법을 썼는지 분간하기 어려워 혐의 입증이 까다로웠다. 임 수사관은 한 달 넘게 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공사에 들어가는 화약의 양, 공사기간 등을 대조하며 퍼즐을 맞춰갔다. 그는 “수 십 미터 깊이에 있는 터널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여러 달 동안 수십만 장의 건설 기초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건을 마무리 지은 후 기소한 인원은 무려 26명에 달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서 파견 근무 중인 임 수사관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 혐의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기업의 각종 부정부패와 밀접하게 연관된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서 경험을 쌓기 위해 지난 5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 지원했고, 다양한 케이스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접하고 있다”며 “제가 담당한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되고, 수사기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거악을 척결한다는 자긍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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