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9일 저녁 초선 의원들과 술을 마시다가 소셜미디어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고 메시지를 남긴 뒤 연락을 끊었다. 이어 1일까지 부산과 순천, 여수 등에서 잠행을 이어갔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후보의 흠집을 내는 행태는 전례가 없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면서 이 대표 달래기에 적극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분란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천안에 반발해 부산으로 내려간 ‘옥새 파동’을 연상케 한다. 당초 압승이 예상됐던 새누리당은 내부 분열로 패배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영입 과정부터 후보 측과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원장 영입이 무산되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반대했던 이수정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이나 ‘깜깜이’로 진행된 후보 일정에 대해 ‘패싱당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대위원장의 결정과 외부 인사 영입은 후보의 몫이다. 이 대표는 자기 정치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김 전 위원장도 선대위 전권 위임 등을 요구해 “상왕(上王)이 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대선의 주인공인 윤 후보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는 한 달가량 선대위 인선 갈등을 정리하지 못해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다. 또 비전·정책 제시와 인재 영입 지지부진, 잦은 실언 등으로 리더십 위기를 자초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대선의 기본은 후보 중심 체제”라고 한 것은 맞는 지적이다. 그만큼 선대위를 이끌어갈 윤 후보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려면 후보 중심으로 조기에 내분을 수습하고 뭉치는 길밖에 없다. 성장 잠재력 확충 방안 등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내놓고 새 인물의 영입을 서둘러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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