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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디언' 향한 지역차별 끊어내려면

■책꽂이-전라디언의 굴레

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펴냄





지난 2018년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이 내건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가 화제를 모았다. "주민등록번호 중 8번째, 9번째 숫자가 48~66 사이에 해당하시는 분은 채용이 어렵습니다(가족 구성원도 해당할 경우 채용이 어렵습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주민등록번호 8, 9번째 숫자는 출신 지역으로 부여되는데, 전북·전남·광주에 해당한다. 본인이나 부모가 전라도 출신이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책 '전라디언의 굴레'의 저자는 지역 감정이나 지역 차별이 노동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 차별'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렇고, 충청도 사람들은 저렇다'는 다분히 주관 섞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그런 편견이나 악감정이 경제 행위에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호남 차별의 기저에 일종의 준인종적 정체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의 인종 차별이라는 얘기다. 저자 역시 전라도 출신이다.

책은 한국 사회 도처에 남아 있는 전라도 출신을 향한 노골적인 차별 행위를 보여준다. 호남 출신에 대한 비방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의 단골 콘텐츠 중 하나다. 저자는 때로 외모마저 구분지으려는 이러한 차별을 책 제목이기도 한 '전라디언'이라는 표현이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대 들어 흔들리기 시작한 호남 내부의 급격한 변화에도 주목한다. 대선 국면에서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민주당이 보수 정당을 상대로 갖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우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지역민들의 불만과 구체제에 대한 염증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문제는 이들이 엘리트 사회에서 지분을 늘리다 해도 정작 대다수의 호남 사람들이 받는 혜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서울 거주 중상위층으로 살아가는 호남 인재들이나 호남에서 기득권을 점유하면서 중앙 정치 권력과 연계를 맺고 있는 지역 엘리트들은 차별을 받는 대다수 호남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며, 점차 동질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책은 '전라디언'의 굴레를 끊어낼 방법으로 익숙함과의 결별을 제시한다. 오늘날 호남이 겪는 문제는 해방 후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민으로서 차별 받던 시절에 형성된 전라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구조가 21세기와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 지체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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