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일반 극장에서 6년 만에 한국 영화가 개봉된다. 지난 2016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이 완화될 조짐이다. 다만 국내외의 여건 변화로 완전한 해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일 주중 한국대사관 및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배우 나문희 주연의 영화 ‘오! 문희’가 3일부터 중국 전역에서 개봉된다. 개봉 사실은 지난 1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공개됐다. 중국내 일반 극장에서 한국 영화가 걸리는 것은 2015년 9월 전지현·이정재 주연의 ‘암살’ 이후 6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오! 문희’는 농촌을 배경으로 뺑소니 사고의 진범을 찾아 나선 모자의 이야기로, 12세 관람가 휴먼 가족 영화로 분류된다. 국내에서의 관객은 35만명이었다. 영화는 중국 영화 제작·배급사인 중국영화그룹이 수입했고 지난달 30일 중국 국가영화국으로부터 상영 허가를 받았다. 중국내 개봉 극장의 숫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오! 문희’의 개봉이 사드 보복 이후 첫 한국 영화 개봉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사드보복 이후 첫 영화 개봉작이 ‘오! 문희’라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이 영화가 중국내에서 개봉이 반드시 필요할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이 한국 문화의 재개방을 앞두고 연착륙을 시도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지 문화계 관계자는 “아주 건전한 영화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심의에 걸리지 않을 것을 감안했는 듯하다”며 “대작이 아닌 것도 첫 영화 개봉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 개봉에 대한 시기도 묘하다. 한국 정부와 문화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중국 측의 장벽제거를 요청했었다. 일단 중국으로서도 무조건, 무기한 쇄국정책을 취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올초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한 마당에 상대편 영화 한편 개봉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 되는 것이다.
올해가 가기전에 영화 한편은 개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화 중국’이라는 이미지도 쌓아야 한다.
중국의 한국 문화 재개방은 지난해부터 점차적으로 진행되고는 있었다. 지난해 12월 한국 게임업체 컴투스가 신규 게임 허가증(판호)을 발급받았다. 사드 보복 이후 3년10개월만이었다. 앞서 지난 3월 엑소 세훈이 출연한 한중 합작 영화 ‘캣맨’이 극장 개봉을 추진하기도 했다. (결국 5월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개됐다.) 드라마 ‘도깨비’로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배우 이동욱이 12월 중국 남성 패션잡지 GQ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오! 문희’의 개봉도 이러한 규제 완화의 연장선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영화 배급사들은 당국의 심의를 통과한 후 마케팅 기간을 감안해 상영날짜를 잡는데 이번에는 상영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일부터 공개됐다. 2일 중국 톈진을 찾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중 일정에 맞춰 갑작스럽게 개봉 허가가 나왔거나 아니면 개봉날짜라도 앞당겨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완전한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중국 정부는 ‘한한령’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어차피 중국으로서는 해외 문화에 대한 선택적 개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드보복이 시작된 이후 시진핑 통치기간에 정풍운동 등 중국 문화계가 전반적으로 극도로 경직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도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hs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