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92% 빠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8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17% 떨어졌는데요. 그나마 오전에 비해 낙폭을 줄였습니다.
이날은 11월 고용보고서가 나왔죠. 예상치의 반토막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일정이 어떻게 될까하고 궁금하실 듯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테이퍼링 속도를 올려가기로 한 방침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인데요. 오늘은 한국장 휴일로 ‘3분 월스트리트’가 없지만 테이퍼링을 앞두고 주요한 경제지표인 고용보고서가 나온 만큼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급격하게 하락하는 장기 국채금리에 관해서도 전해드리겠습니다.
테이퍼링 가속 4가지 이유…①실업률 4.6%→4.2% ②노동 참여율 61.8%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③흑인·여성 지표 개선 ④일자리는 많다
네, 그동안 테이퍼링과 관련해 소비지표와 11월 고용보고서, 앞으로 나올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고용보고서는 핵심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날 특별히 짚어드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고용이 예상치(57만3,000개)의 반토막(21만 개)이면 뭔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요. 세부 내용을 보니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치이지만 이를 상쇄할만한 요소들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실업률입니다. 실업률이 전달의 4.6%에서 이번에 4.2%로 0.4%포인트나 낮아졌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실업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실업률 하락에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부양책 축소를 앞당겨 내년 상반기에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도 61.8%로 올랐습니다. 이 부분은 그동안 골칫거리였는데요. 노동 참여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건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더해야 하는지 얘기들이 많았죠.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적인 고용 증가숫자는 적었지만 각종 비율이 좋게 나오고 있는 것이죠.
정책을 볼 때 늘 절대수치와 비율을 함께 보는데요. 이 정도면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근거로 충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소수계의 실업률도 떨어졌다는 점인데요. 11월 흑인 노동자의 실업률은 6.7%로 전달(7.9%)보다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20년 1월 수준과 비슷한데요. 25~54세 여성의 노동력 참여율도 75.6%로 지난해 3월 대유행 발생 이후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나 의회에서는 연준의 역할을 얘기할 때 항상 소수인종과 여성이 이번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이들의 고용회복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이 수치가 개선되면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여나갈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생긴 겁니다.
추가로 일자리도 많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일을 할 수 있는 데는 얘기인데요. 증권사 제프리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네타 마르코우스카는 “11월 고용보고서가 노동시장이 (굳건하다는) 생각을 실제로 바꾸지 않느다”며 “고용시장은 여전히 건강하며 최대고용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추락하는 10년 물 금리…“1~2년 올리다가 못 올릴 것, 주식 하락에 채권으로 몰려”
그런데 여기에서 또 의문점이 생깁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테이퍼링을 빨리한다고 하고, 금리인상 전망도 당겨지고 있는데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왜 떨어질까 하는 것이죠. 이날 10년 물 국채수익률이 연 1.35%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죠. 월가에서는 한동안 10년 물 금리상승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고 하고, 또 금리가 오를 때 나스닥이 타격을 받았었습니다.
월가도 곤혹스럽긴 한가봅니다. 제이슨 프라이드 글렌메데 프라이빗 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시장은 사람들의 통화정책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는데요.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면 몇가지 포인트가 필요할 듯합니다. 우선 단기 금리인상 부분은 2년 만기 국채금리의 움직임을 보는 게 더 정확하고, 10년물도 이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수급과 투자자들의 생각이 중요하기에 꼭 교과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 10년 물은 1차로 수요공급이 중요합니다. WSJ은 “금요일 증시가 하락하자 많은 투자자들이 국채시장으로 몰려가 10년 만기 채권 금리가 1.4%를 밑돌았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올라간다고 10년 물이 일대일로 딱딱 맞춰 반응하는 게 아니다. 주로 단기가 반응한다"며 “10년 물은 시중 유동성이 얼마나 많으냐가 중요한데 유동성이 많으니 (인플레 우려에도) 10년 물 금리가 그런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주식이 좀 위험하다고 하면 채권을 사는 것”이라며 “단기채는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안 사고 장기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이후로 경기둔화가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신호라는 얘기도 많은데요. 현재 2년 물 금리는 상승세고 10년과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크게 내리면서 곡선이 매우 평평해졌습니다. 2년 만기 금리는 이날 0.643% 수준까지 상승했었고 30년은 1.67%대까지 내려왔죠.
양적완화(QE)가 종료되고 긴축에 나서게 되면 경기에 좋지 않을 것이고, 오미크론 변이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셈인데요.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평탄한 수익률 곡선은 낮은 인플레이션이나 경기둔화, 혹은 둘 다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시장의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에는 단기적으로 연준이 1~2년 금리를 올리다가 나중에 다시 낮출 거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며 “채권투자자들은 장기 인플레이션은 없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내년 이후로 경기둔화가 시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재현?…서머스, “내년에 4차례 금리 올려야”
지난 2005년 2월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도 시장금리가 따라 오르지 않자 이를 수수께끼라고 했었습니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금리를 1.00%에서 3.75%까지 올렸지만 10년 물 국채수익률은 4.62%에서 4.8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는데요. 기간을 2005년으로 좁히면 금리인상에도 국채금리는 되레 떨어졌었죠.
이는 해외투자자금이 국채수요로 몰렸던 이유가 컸습니다. 연준 입장에서만 보면 통화정책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죠. 이후 몇 년 뒤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배런스는 국채시장을 두고 “연준의 금리인상을 채권시장이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앨런 그린스펀처럼 수수께끼에 직면할 것인가?”라며 “연준이 또다른 수수께끼에 직면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국채수익률 평탄화가 연준을 기쁘지 않게 만들 것”이라며 “시장은 연준의 대응이 늦어 정책실수 확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상황을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장단기 국채금리 추이를 잘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드렸듯 테이퍼링은 일단 가속화할 것이고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습니다. 11월 CPI는 추가적인 연준의 대응 근거가 될 확률이 큰데요. 10일에 나올 11월 CPI의 경우 10월보다 높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랜드손턴은 6.4%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다음 초점은 CPI”라며 “10월의 6.2% 상승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에 “연준이 내년에 4차례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국채금리 추이 등을 놓고 금리인상 횟수와 시점에 대한 갑론을박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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