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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연준은 왜 틀렸나

김영필 뉴욕특파원

파월 뒤늦게 인플레 심각성 시인해

"백인남성 중심 집단사고 탓" 분석도

정치권 눈치에 돈풀기 간과도 한몫

연준 신뢰도 하락속 불확실성 증폭





닷새 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더는 ‘일시적(transitory)’이지 않다는 고백을 듣고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이 떠올랐다. 파월 의장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이 므누신이다. 한 달여 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 참석한 므누신 전 장관은 “재무부와 연준의 예측 모델이 잘 맞지 않는다”며 “금리를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할 때다. 지나고 보니 므누신 전 장관의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거시경제 전망은 늘 어렵다. 세계화가 이뤄진 뒤에는 더 그렇다. 꼭 내 문제가 아니더라도 남의 상황에 따라 경기가 오락가락한다. 코로나19 같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가 많다.

그럼에도 궁금해졌다. 연준은 왜 틀렸을까. 연준에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 아닌가.

얼마 전 연준에서 20년 정도 일한 사람에게 물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집단 사고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지만 사고의 틀과 체계가 비슷하다 보니 같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류가 “공급망 문제는 일시적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생각을 고수했고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판을 흩뜨리지 않기 위해 다른 이들도 자연스럽게 이에 동조한 꼴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서울대 상대 출신이 너무 많아 걱정스럽다는 얘기가 있었다.

연준의 인적 구성이 다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연준에서 일한 클라우디아 삼은 지난해 기준 워싱턴DC의 연준에서 일하는 이코노미스트 408명 가운데 흑인 여성이 단 1명뿐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성과 소수 인종 출신 남성도 극히 드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삼은 연준뿐 아니라 미국 경제학계가 백인 남성 위주로 돼 있으며 자신도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고 강조한다.



집단 사고의 결과는 처참하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미국 가정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연준의 정책 실패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뒤늦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다 서두르게 되면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 진작부터 인플레이션 문제를 경고해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이 내년에 네 차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보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라들은 외화 유출로 경제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자꾸 이러면 미국을 못 믿는다”고 항의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제라도 연준이 집단 사고를 깨면 될까. 안타깝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돈을 풀고 연준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달러를 찍어내면서 수요를 많이 늘렸는데 정치적으로 이것 때문에 수요가 증가해 인플레이션이 커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따지고 보면 연준은 정권 차원의 과도한 돈 풀기(수요 증대)의 영향을 일부러 외면했고 스스로 틀릴 수밖에 없는 길을 간 측면이 있다. 집단 사고도 그렇지만 정치적 눈치 보기가 적지 않았다. 내년 중간선거(11월)를 앞두고 외압이 더 커질 것이다. 금리 인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으로 더 큰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연준의 오판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금리 인상 우려에도 거꾸로 가고 있다. 2004~2006년의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때다. 연준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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