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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술꾼 도시 여자들' 한선화 "시종일관 높은 텐션의 한지연, 쉽지 않았어요"

'술꾼 도시 여자들' 한선화 / 사진=키이스트 제공




거침없고 자유로운 캐릭터는 한선화에게 숙제였다. 시종일관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이를 뛰어넘은 지금, 한선화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한 한선화는 '우리 결혼했어요', '청춘불패' 등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이후 2013년 배우로 전향해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연애 말고 결혼' '학교 2017' '데릴남편 오작두' '구해줘2' '언더커버', 영화 '창밖은 겨울' '영화의 거리' 등에 출연해 주로 차분하고 외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런 한선화가 이번에는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 도시 여자들'(극본 위소영/연출 김정식/이하 '술도녀')을 통해서다. '술도녀'는 하루 끝의 술 한 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을 원작으로 한다. 한선화는 극 중 극강의 하이 텐션을 자랑하는 요가 강사 한지연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을 보면 너무 외롭거나 캐릭터 성이 강했죠. 이번에 한지연을 만나서 밝고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어요. 안 해봤던 부분이 신선하고 호기심이 들어 '술도녀' 출연을 결심했죠. 재밌게 촬영했는데, 결과물도 잘 담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술도녀'는 티빙 유료 가입자를 대거 모았고,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한선화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종영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왕래가 없던 지인들까지도 드라마를 봤다고 연락해줘 인기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에 대신 술 마셔주고 대신 왁자지껄 떠들어 주는 캐릭터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한 게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한선화 / 사진=티빙 제공


평소 밝은 성격을 자랑하는 한선화에게도 한지연의 하이 텐션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제작진이 한선화에게 원한 톤은 예상보다 높았다고. '술도녀' 속 한지연의 모티브는 실제 작가의 친구로, 실존 인물이 지닌 성격을 그대로 연기해야 하는 만큼 버겁고 힘든 과정이었다.

"작가님이 그 친구와 성대모사 수준으로 똑같이 해주길 원하더라고요. 잘 못 할 것 같은 마음에 힘들었어요. 작가님은 매번 높은 톤을 원했지만, 한지연은 톤 앤 매너를 지켜야 하는 인물로 해석했고 잘 배분하려고 했죠. 또 한여름에 촬영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촬영 중간에 지칠 때도 있었어요. 심지어 전 그때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라 쉽게 기진맥진했으니까요.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상황에서 높은 텐션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한지연이 너무 텐션이 높아서 시청자들이 밉게 받아들일까 봐 걱정도 됐죠. 밉상으로 보이지 않도록, 또 악의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최대한 사랑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막상 현장에서 안소희(이선빈), 강지구(정은지)와 연기하면 몰입이 돼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즐겁게 촬영하다 보니 그 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지연의 대사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쓰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외에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표현된 게 많다. 한선화는 단순히 극의 재미를 위한 대사에 애드리브를 입혀 현실성을 더했다. 여기에 작은 행동에 디테일한 연기를 섞어 한지연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이는 감독의 배려와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첫 회 소개팅 신에서 닭발로 손가락 세 개를 표현한 장면이 있는데 애드리브였어요. 보통 소개팅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한지연은 닭발을 갖고 놀거나 입안을 벌리고 보여주기도 하죠. 다 현장에서 생각한 거예요. 너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반응이 좋아서 그대로 갔어요. 머리카락을 얼굴 밑으로 묶는 것도 애드리브였는데, 자유로운 한지연이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서 시도했어요. 평소 하지 않은 행동인데, 원 없이 하게 돼 재밌는 시간이었죠."

한선화 / 사진=키이스트 제공


한지연은 단순히 밝고 긍정적인 매력만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순간 나오는 의연한 모습이 한지연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한지연의 의젓한 모습, 그리고 지나온 연애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가치관 등이 반전 매력이었다.

"한지연이 단순히 밝기만 했다면 연기하기 더 어려웠을 것 같았어요. 진지한 모습이 분명하게 나왔기에 한지연이 다채로울 수 있었죠.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이런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이런 한지연에게 배운 점도 있는데, 모든 상황을 유쾌하게 풀면서 헤쳐나가는 모습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아요."

"장례식장 신은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안소희에게 '듣기 힘들겠지만 잘 들어'라고 말하면서 장례식에서 필요한 걸 줄줄 읊는 대사는 집에서 연습도 많이 했죠. 쉬는 날에 술을 취할 만큼 마시고 그 대사를 녹음해서 들어봤어요. 어떻게 하면 변주를 줄 수 있을까 싶어서요. 민망하지만 그렇게까지 노력한 대사라 기억에 남아요."

한지연, 안소희, 강지구의 케미는 극을 이끄는 주요 요소다. 세 배우 모두 암묵적으로 이를 알고 빨리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선화는 "털털한 이선빈은 막내지만 리더십도 있고 분위기 메이커다. 정은지는 든든했다"며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좋은 호흡이 나온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정은지가 강지구라, 이선빈이 안소희라 참 다행이고 고마웠다. 이들 덕분에 지금의 한지연도 있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선화 / 사진=키이스트 제공


이렇게 입체적인 한지연을 만난 한선화는 '한선화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얻었다. '술도녀'가 한선화의 대표작이라고 불릴 정도다. 한선화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제 지난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이제라도 내 연기를 봐주신 분이 한 분이라도 더 계시면 감사한 일이니까요. 지난 작품들도 많이 봐주시는 것 같은데, 아마 그때 같이 했던 감독님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죠."

한선화는 '술도녀' 촬영이 끝난 지 10일 만에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를 촬영했다. 다시 차분한 캐릭터로 한지연과는 정반대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조바심이 나 스트레스까지 받았다. 한지연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인물에 녹아들어야 된다는 압박감이 계속 자신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극과 극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필모그래피에도 좋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술도녀'와 함께한 2021년은 알찼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여름 내내 정은지, 이선빈과 함께할 수 있었고, 큰 사랑을 받고 다음 작품도 이어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2년 전에 촬영한 '영화의 거리'도 올해 개봉할 수 있어서 더없이 감사해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연기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오영이] '영화의 거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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