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시간뿐이라는 백수와 1시간에 수백만 원씩 벌어들이는 최고 연봉 스포츠 스타가 느끼는 시간은 다르다. 하지만 ‘과거라는 영원’과 ‘미래라는 영원’이 교차하는 현재라는 시점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백수나 부자나 다를 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인 정혜윤은 ‘그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깨닫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우주적인 경이로움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내가 내 인생의 작가가 되어, 나를 어떤 인생의 엑스트라나 찬조 출연자가 아니라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리추얼’이라는 혼자만의 의식이었다. 그 이후 정혜윤 작가에게 찾아온 변화의 과정을 담은 책이 바로 <오늘도 리추얼: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위즈덤하우스)>이다.
제목에 쓰인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듯 생경하다. 저자에 의하면 리추얼(ritual)이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반복적 행위이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인 습관, 루틴과는 다르다. 매일 아침 음악을 듣는 것이 습관이라면,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고 살피는 것이 리추얼이다.
작가는 ‘리추얼’이야말로 독립 마케터로서 스스로 단단하게 혼자 설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의 리추얼은 어떤 행위였을까? 저자는 매일 아침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OST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듣고, 하루에 한 번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그리고 자신이 썼던 생각을 리추얼 메이트들과 공유한다. 리추얼 메이트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위로를 주고 받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들은 진짜 나를 만나고, 함께 성장하며,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촉수를 곤두세웠다. 내 안에서 힘없이 흔들리던 작은 불꽃을 키웠다. 나에 대한 믿음을 점점 더 강한 확신으로 만들었다. 내 속에 살아 있는 그 목소리에 힘을 부여하자 같은 것을 봐도 더 많은 것이 보였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가진 것은 변함없어도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오늘도 리추얼>은 저자의 리추얼인 음악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리추얼 초보를 위한 입문기다. 저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의 시간을 선물해 에너지를 가득 충전할 수 있는데, 리추얼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해 리추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던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그것을 선택해 현재를 사는 것’. 그것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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