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비, 방송인 노홍철, 그리고 김태호 PD까지 의외의 조합이 넷플릭스에서 뭉쳤다. 여기에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음악 작업 참여까지. 각 분야 대표 스타들이 총출동한 바이크 라이딩 여행기가 어떤 새로운 웃음을 선사할지 기대가 모인다.
8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시리즈 '먹보와 털보'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비(정지훈), 노홍철과 김태호 PD, 장우성 PD, 이주원 PD, 이상순 음악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먹보와 털보'는 비와 노홍철이 전국을 누비며 각양각색 다양한 여행의 재미를 선보이는 여행 버라이어티.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유일한 공통점인 바이크 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으며 웃음을 유발한다. 비는 전국의 맛집을 수집할 정도로 먹을 것을 좋아해 '먹보', 노홍철은 "수염은 라이더들의 필수 요소"라며 면도도 마다하는 '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홍철은 "주변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놀랐다. 아직까지도 '둘이 왜?' 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비는 "둘이 물과 기름이다"라고 할 정도. 김태호 PD는 비와 노홍철을 주인공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것에 대해 "전혀 계획적이지 않았다"며 "디지털 숏폼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때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가 끝났다. 그때 노홍철이 연락이 와서 '내가 요즘 비와 라이딩 하고 캠핑 다니는데 재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노홍철이 비를 두고 '월드 스타 안에서 가난이 있어' '신이 몸은 주셨는데 머리는 안 주셨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해서 나는 '연예계 탑티어와 노홍철이 어떻게 친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따라다녀 보자'하고 프로그램 기획을 하다가 넷플릭스에서 좋은 기회를 줬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노홍철과 비도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만족해했다. 노홍철은 "김 PD와 처음에 이야기할 때는 유튜브를 찍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김PD 네트워크가 좋다 보니 '넷플릭스와 한번 놀아볼래?'라면서 심지어 오리지널이라고 하더라"며 "넷플릭스는 방향을 주지 않고 '한번 해봐라'라고 여유를 주는 게 신선했다.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영상과 음악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비는 "이렇게 거대한 프로그램이 될 줄 몰랐다. '해야 되겠다' '나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김태호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한다 김PD가 아니었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드라마만 했을 것"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작품은 김태호 PD가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능이라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 대한민국 예능 트렌드를 선도한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MBC 장우성, 이주원 PD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PD는 "이게 (MBC 퇴사 후의) 나의 첫 작품이라기 보다 20년 동안 다닌 사랑하는 MBC와 넷플릭스가 협업해서 만든 마지막 작품이다. 넷플릭스 작품이긴 하지만 MBC에 대한 뜨거운 기억을 남겨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환경에 있는 두 회사가 만든 지점이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하기 보다 서로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임했다. MBC 내부에서도 글로벌 스탠드를 맛본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면서 "올해 퇴사하고 나면 넷플릭스와 함께하고 싶은 아이템은 이제 시작이다. 몇 가지가 있다"고 덧붙여 MBC 퇴사 이후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김PD와 '무한도전'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던 노홍철이 재회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홍철은 김PD와 오랜만에 함께하는 것에 대해 "내가 의외로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아닌데 김PD는 사석에서 쉼 없이 계속 대화하고 근황을 나누는 사람이다. 공백에 대한 관점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PD가 잠깐 쉬면서 외국에서 충전을 하고 돌아왔을 때 '김태호는 또 어떤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는데 예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며 "김PD가 예전에는 무조건 콘텐츠에 전력투구했다면 요즘에는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실력파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이상순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장우성 PD는 "이상순 감독은 '무한도전'에서 기타 선생님으로 활약해 주기도 하고, 2년 전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프로젝트에서 봤다. 스무스하게 전체를 보는 그림을 우리에게 제시해준 게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며 "'먹보와 털보에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생각하다 보니 헤비메탈이나 록이 떠올랐는데 두 사람을 만나보니 그런 감성이 전혀 아니더라. 시속 60km로 수천만원짜리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게 어쿠스틱한 분위기와 맞다고 생각해서 이상순 감독님을 바로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상순은 "이런 작업에서는 기존의 곡을 쓰는 게 보통인데 처음에 제안을 해주실 때 '모든 곡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럼 내가 의미 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생스러운 면도 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제안을 준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효리는 이상순의 작업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며 가창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가로도 함께했다고. 여기에 이승열, 원슈타인, 소닉 스톤즈(SONIC STONES), 토마스쿡, 조원선도 호흡을 맞췄다. 이상순은 "작업 시간이 넉넉하게 있지는 않았지만 공을 들여서 곡을 만들게 됐다. BGM 작업을 따로 작업해 주는 김춘추라는 출중한 아티스트가 참여해 줘서 같이 이야기도 많이 했다"며 "내가 알고 있는 아티스트 모두에게 노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홍철이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곡을 쓰고 있었는데 이효리가 '그런 거 말고 이런 걸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즉흥적으로 녹음해서 줬다. 그게 정말 좋았다. 이효리가 정말 큰 참여를 해줬다"고 강조했다. 비 역시 "그게 대박 날 거라고 본다"고 덧붙여 노홍철의 테마송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먹보와 털보'가 여행 버라이어티인 만큼 출연진들의 케미가 중요하다. 이주원 PD는 "2주마다 촬영했는데 비, 노홍철과 따로 여행도 가고 촬영에 담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촬영보다도 진짜 여행하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회차가 쌓여갈수록 케미가 더 좋아졌다. 시청자들도 뒤로 갈수록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는 노홍철에 대해 "인간적인 매력이 없어서 인간적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면이 나와 좀 닮아있다"며 "서로 피해를 안 주려고 하고 부탁받는 걸 너무 싫어한다"고 공통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 좋은데 이유가 있나. 형일 때 멋진 모습이 있고 나와 장난칠 때 흔히 아는 '돌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 좋다"며 "그냥 이 사람이 좋았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편한 사이다"라고 우애를 과시했다. 노홍철은 "비와 잘 맞았던 것은 비가 정말 깨끗하다. 내가 겪어본 연예인 중에 제일 깨끗하고, 놀라운 자기관리력을 가진 친구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내가 부탁하기 전에 부탁할 상황을 안 만든다. 상대방이 200% 부담을 안 갖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끔 한다"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단연코 대한민국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다"라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과 게스트들과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PD는 "두 사람이 이상순, 이효리가 온 뒤로 훨씬 더 말랑말랑해졌다"고 하기도. 다만 회차마다 게스트를 맞이하는 콘셉트는 아니다. 김 PD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필요한 상황마다 등장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회차를 빛내기 위한 게스트라기 보다 잠시 들려주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비는 "단비가 내리듯이 첫 번째 게스트로 이효리, 이상순이 와서 정말 즐거웠다. 털보 형이 질릴 때쯤 이하늬가 찾아줘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노홍철은 "이하늬가 비와는 남매처럼 지내고 비의 아내인 김태희와 끈끈한 사이니까, 비가 평소에 안 하던 집사람 이야기도 하는 게 신선했다"고 게스트의 색다른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먹보와 털보'의 출연진과 제작진들은 모두 프로그램 이상의 가치를 느꼈다고 거듭 말했다. 노홍철은 "모두가 즐거운 여행을 했는데 우리만 간직하지 않고 더 많은 분들이 좋은 음악과 영상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싸이 뮤직비디오의) 엘레베이터와 방탄소년단(BTS)의 패러디로 좀 알려지지 않았나. 그런 티끌들이 모여 반환점이 되고 싶다"며 "'먹보와 털보'를 통해 월드로 많이 알려지고 싶다"고 월드 스타로의 욕심도 드러냈다.
김PD는 "넷플릭스에 워낙 훌륭한 영화, 드라마들이 올라오 있는데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장르적으로 '먹보와 털보'의 색깔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시리즈를 몰아보기 보다 영화, 드라마 사이에서 한 편씩 골라보는, 오아시스 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장PD는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었던, PD로서 최고의 한 해였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며 넷플릭스 로고인 'N' 모양을 발목에 타투로 새겼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이PD 또한 "꿈같은 한 해였다"며 "출연진들도 즐거웠지만 만드는 우리도 즐겁게 만들었으니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PD도 팔에 'N' 모양 타투를 보여주고, 노홍철도 함께 타투를 새겼다고 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먹보와 털보'는 오는 11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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