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을 대검 반부패부 산하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고발 사주’ 논란, 윤 전 총장의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작성 등으로 수정관실이 잇따른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내년 2월 직제 개편에 맞춰 수정관실을 반부패부 산하에 포함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정관실이 범죄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아니라 검찰총장 개인의 집사처럼 활용된다는 검찰 안팎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정관실 폐지’ 의사를 지속적으로 내비쳐왔다. 하지만 폐지할 경우 범죄 정보 수집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조직 개편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집사로 불리는 수정관실은 과거 범죄 정보와 무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이 때문에 수정관실 축소는 곧 ‘검찰 힘 빼기’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앞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8년 기존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하고 인원을 대폭 줄였다. 윤 전 총장 때 조직이 일시적으로 확대 됐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시 규모가 다시 줄었다. 여러 차례 부침을 겪으면서도 명맥을 이어온 수정관실은 손준성 검사의 ‘고발 사주’ 논란으로 존폐 기로에 섰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원활한 수사 정보 관리를 위해 폐지보다는 조직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6대 범죄 직접 수사 개시를 하고 있는 한 수사 정보 관리는 필요하다”며 “수정관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해 개선책을 짚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보 활동이 무력화될 경우 여론에 휩쓸리거나 언론 보도 사실만 보고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수정관실을 유지할 필요성으로 꼽힌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정보 활동이 무력화될 경우 여론과 정치권에 휩쓸리는 수사를 하기 쉽다”며 “자체 대응 능력과 부패 대응 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수사 정보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정관실 폐지 시 범죄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예정된 수순인 만큼 향후 수사 정보 관리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무작정 폐지 수순을 밟는 대신 수사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합의 과정을 밟아야 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수정관실 개편 작업은 수사 정보 전체를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전체적인 로드맵 아래서 이뤄져야 한다”며 “제도도 제도지만 검찰이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수사 정보 처리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직 자체의 존폐 문제로 직행하기보다 조직을 규율할 수 있는 지침과 통제 조치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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