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 문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여해 권위주의 극복 경험을 가진 한국이 세계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대만을 초청할 정도로 대중(對中) 견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으나 문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하는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회 연설에 이어 10일 폐막 연설에서도 민주주의 가치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러시아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남남인권포럼’ 축하 서한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을 겨냥해 “중국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인권 발전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면 양국의 신뢰를 모두 잃게 된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동맹을 강화하는 행동에 나서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미국이 6일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들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호주·뉴질랜드·영국·캐나다 등이 잇달아 동참 의사를 밝혔는데도 우리 정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반면 종전 선언에는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유엔평화유지장관회의 개회식 축사를 통해 “종전 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며 강한 미련을 드러냈다.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는 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더불어 민주주의·인권·법치의 가치 동맹으로 공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견제를 위해 공조하면서 글로벌 밸류 체인도 재편될 것이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수하는 상황이므로 종전 선언 집착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가치 동맹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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