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이 5년 만에 돌아왔다. 강력한 제작 환경을 기반으로 여러 시청층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재조명할 '태종 이방원'이 KBS 대하사극 부활의 신호탄을 쏠지 기대된다.
10일 오후 KBS1 새 주말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연출 김형일) 제작발표회가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KBS 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자리에는 김형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주상욱, 김영철, 박진희, 선동혁, 김명수, 조순창, 김민기가 함께했다. 체온 체크, QR 체크인 등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이방원의 모습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기막힌 유산', '공부의 신', '솔약국집 아들들', '제국의 아침' 등 묵직함과 트렌디함을 넘나드는 김형일 감독과 '최강 배달꾼', '조선 총잡이', '전우' 등을 집필한 이정우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태종 이방원'은 지난 2016년 '장영실' 이후 KBS가 5년 만에 선보이는 대하드라마다. 한국방송공사 김의철 사장은 "KBS는 대하사극 명가다. 그러나 '장영실' 이후 여러 사정으로 드라마를 제작하지 못했다가 오랫동안 야심 차게 준비했다"며 "앞으로 KBS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부흥해 대하드라마를 많이 선보일 거다. KBS가 대하드라마 명가의 이미지를 회복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대하드라마가 다른 사극과 다른 점은 주제의식이 강하다는 거다. 이번 주제는 국가와 권력과 정치, 그리고 고민하는 인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방원이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대하사극이 재개된 만큼, 달라진 제작 환경에서 촬영이 진행된다고. 김 감독은 "발달된 제작 기술이 다르더라. 대하사극을 새로 시작한 의미는 앞선 드라마의 반복이 아니라, 질적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라며 "기반이 새롭게 닦인 상황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종 이방원'은 OTT인 쿠팡 플레이에서도 공개된다. 다양한 시청층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김 감독은 "드라마의 첫 시작이 위화도 회군이다. 당시 이방원은 22살의 청년으로 세상의 위기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사고하다가 더 큰 가치를 생각한다"며 "청년들도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기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거다.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운데 '태종 이방원' 역시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김 감독은 "'태종 이방원'의 주제 의식은 세계적인 보편성을 가진다. 현대를 다루지 않지만, 권력과 갈등하는 인물들을 보면 공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방원은 그간 다수의 드라마에서 다뤄온 캐릭터다. 김 감독은 "기존 드라마에서 다룬 이방원은 왜 이방원이 이런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었다. 우리 드라마는 이방원의 행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방원은 가족에서 국가로 나아갈 때 가족과의 사사로운 연을 끊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형제들, 아내, 자식들과 수많은 불화를 겪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리더는 공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사람이 됐으면 하지 않냐. 그런 열망이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주상욱은 이방원 역을 맡았다. 그는 "이방원은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번 이방원은 '내가 아는 이방원은 저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며 "인간 이방원의 모습을 부각하려고 했다. 평범한 인간 이방원, 미완성의 이방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이 이방원 역을 많이 맡아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었다"며 "기존의 분들을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나만의 이방원이 탄생하지 않을까"라고 예고했다.
김영철은 이성계 역을 맡았다. 그는 "이성계 역은 이번이 3번째다. '태종 이방원'에서 선보이는 이방원은 신덕왕후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보여주려고 했다"며 "아내를 바라보는 눈, 함께 걸을 때의 마음 등을 전달하려고 했다. 어찌보면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했지만, 파멸하는 것도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드라마는 기획의도부터 다르기 때문에 대본에만 충실하면 앞선 이성계와 다른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진희는 원경왕후 민씨 역을 맡았다. 그는 "원경왕후 역을 맡고 여러 기사를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고 교수님을 만나서 인터뷰도 하는 등 준비했다. 알면 알수록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내가 닮고 싶은 여성상이더라"며 "그동안 조선에서 다뤄졌던 여성의 이미지는 다소곳했다면, 원경왕후는 고려의 여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액티브하고 센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액션신도 있는데 사극 속에서 이런 신이 그려지는 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첫 방송을 앞두고 설레고 두렵다. 편히 즐기고 이방원의 고민을 따라가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한편 '태종 이방원'은 오는 11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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