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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언프레임드' 배우들의 숨겨둔 이야기…편견 깨고 세상 밖으로

[리뷰]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배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의 감독 변신

12월 8일 공개



뭐 보지?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언프레임드' 포스터 / 사진=왓챠 제공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네 명의 배우들이 감독으로 변신했다. 주어진 시나리오라는 틀에 갇혔던 배우들이 이제는 남몰래 간직한 시나리오를 세상 밖에 꺼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것들을 깨야 하듯 편견으로 응축된 세상을 보란 듯이 깨부수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언프레임드'를 통해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는 배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감독으로 변신해 마음속 깊숙이 품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프레임 안에 있던 배우들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취지다.

각 감독들이 엮은 단편 영화는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공감'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초등학교 시절 또래집단 사이에서 형성된 편가르기,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 느끼는 공허함, 불안정한 청년의 질풍노도는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으며 앞으로 겪을 이야기다.

'반장선거'에서는 아이들의 순수에 대한 편견을, '재방송'에서는 가족의 이해에 대한 편견을, '반디'에서는 죽음에 대한 편견을, '블루 해피니스'에서는 청춘은 성실하다는 편견을 뒤틀었다. 또 배우와 감독의 구분에 대한 편견도 깨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었다.

'언프레임드' 스틸 / 사진=왓챠 제공


◆ 박정민 감독 '반장선거'

'반장선거'는 반에서 잘나가는 장원(강지석), 선영(박효은)과 함께 반장 선거에 나가게 된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 인호(김담호)의 이야기다. 한 초등학교 교실, 2학기 반장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공부 잘하는 장원과 인기 많은 선영으로 나뉘어 목소리 높여 서로를 비난하고 앞다투어 공약을 말한다. 이들을 추종하는 아이들 역시 혈안이 돼 있다. 그 사이에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는 인호가 있다. 인호는 왜 반장선거에 나갔을까.

'반장선거'는 어른 세계의 축소판인 아이들의 세계를 그렸다. 목소리 큰 소수의 사람들이 사회를 이끄는 것 같지만, 사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조용한 다수의 대중이다. 열혈 추종자들을 이끄는 장원과 선영의 각축전 속에서 정작 아이들의 호응을 얻은 게 인호였던 것처럼. 나아가 '반장선거'는 또래집단이라는 작은 무리가 어른들의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인호는 장원의 무리에 끼기 위해 부정선거를 저지른다. 무리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부정을 저지르는 행위를 이긴 것이다.

박정민 감독의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속도감 있게 전개를 끌고 가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대부분의 배경이 교실로 한정돼 있지만 지루할 틈 없이 강력하다. 이야기의 절정 이후 인호가 반장에 당선됐다는 반전을 보여주는 플롯도 흥미롭다. 여기에 힙합 음악이 깔려 전반적인 분위기에 리듬을 줘 그야말로 '힙'한 작품의 탄생을 알렸다.



◆ 손석구 감독 '재방송'

'재방송'은 무명 배우 수인(임성재)이 엄마(오민애)의 부탁으로 이모(변중희)와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배우로 이룬 것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수인은 친척들의 잔소리와 시선이 두려워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 이모 역시 딸을 잃은 후 재혼한 사위와 결혼식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이 힘겨운 여정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결혼식장. 예상대로 수인은 부모님과 친척들의 잔소리 세례를 받고, 불편함을 느낀다. 사위와 그의 아내를 만난 이모도 불편하지는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가족과 친지 사이에서 수인과 이모는 소외감을 느낀다.

작품의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이모와 조카가 함께 결혼식장에 향하는 이야기다. 전개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되면서 울림을 준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들이 정작 나의 상황과 내면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이를 이끄는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임성재와 변중희는 꾸미지 않은 담백한 연기가 현실성을 더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전개를 연기력으로 촘촘하게 메꿨다. 손석구 감독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군더더기를 빼고 배우들의 연기가 도드라질 수 있도록 연출했다.



◆ 최희서 감독 '반디'

'반디'는 싱글맘 소영(최희서)이 아홉 살 딸 반디(박소이)에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이다. 어린 딸을 홀로 키우면서 생계를 꾸리는 소영. 반디는 말더듬증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반디에게 말더듬증이 생긴 건 아버지의 부재 이후다. 소영은 반디에게 비밀로 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야 될 때가 됐음을 직감하고 이를 털어놓는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흔적을 남긴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딸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긴 것처럼. 남겨진 사람들은 떠난 이의 자취를 느끼고 그리워하고, 또 살아간다. 반디는 할머니 집에 갈 때면 늘 아버지가 쓰던 방에 들어가 아버지의 흔적을 쫓는다. 아버지가 즐겨보던 만화책을 읽고, 전공책에 있는 아버지의 낙서를 읽으면서 삶을 상상한다. 이를 쫓는 반디의 표정은 해맑고 천진하다. 몰랐던 아버지의 흔적을 쫓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반디는 오히려 소영을 위로할 정도로 순수하다.

최희서 감독의 연출은 섬세하다. 허투루 쓰인 것이 없이 모든 대사는 의미를 내포한다. "인내심을 가져야 된다"는 초반 대사는 말더듬증을 고치는 반디를 기다려 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섬세한 촬영 기법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본, 연출에 직접 연기까지 한 최희서 감독의 역량이 부각되는 순간이다.



◆ 이제훈 감독 '블루 해피니스'

'블루 해피니스'는 여자친구와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 찬영(정해인)이 고등학교 동창 만나면서 격동을 겪는 이야기다. 찬영이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성실히 돈을 모아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리는 것. 우연히 성공한 동창을 만난 찬영은 "모범생처럼 살아서 잘 되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주식 투자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여자친구와 갈등을 겪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흔들리고, 모아놓은 재산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다.

청춘은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때문에 안정을 추구하면서 그 안정을 얻기 위해 불안정을 선택하기도 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주식에 손 댄 찬영처럼. 저축으로 재산을 쌓을 수 시절이 지났다고 해서 성실함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작품은 흔들리는 찬영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성실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헛된 꿈을 좇다가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이제훈 감독은 현재 청년들의 고뇌와 관심사를 작품에 녹였다. 좁아진 취업의 길과 이로 인해 늦어지는 결혼, 그리고 주식 투자의 환상 등이다. 이를 아우른 정해인의 얼굴은 청춘 그 자체다. 날 것의 표정과 대사 톤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정해인을 발견하게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은 화면을 압도한다. 이제훈 감독은 이를 오랫동안 끌고 가면서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요약


제목 : 언프레임드(Unframed)

장르 : 드라마

각본 l 감독 :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출연 : '반장선거' 김담호, 강지석, 박효은, 박승준

'재방송' 임성재, 변중희, 오민애

'반디' 박소이, 최희서, 조경숙, 신현수

'블루 해피니스'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

제공 : 왓챠

제작 : 하드컷

러닝타임 : 130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 2021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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