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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톡 검열 논란, 통신 비밀 침해 없게 법 개정해야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싼 사전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10일부터 불법 촬영물에 대한 필터링을 실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카오톡 등에 올린 고양이 사진까지 검열 대상이 됐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 야권의 주요 인사들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주는 것으로 전 국민 감시법”이라고 비판했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해 5월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될 때부터 ‘졸속·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불법 촬영물에 대한 사전 차단·삭제 조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디지털 촬영물의 불법성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 보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모든 정보를 필터링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돼 통신 비밀 침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오픈 채팅방만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지만 이마저 범위가 불분명해 사찰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작 n번방 사태를 주로 일으켰던 텔레그램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실효성 논란과 함께 국내 플랫폼 사업자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헌법 제17·18·21조는 각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장, 통신의 비밀 보장,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규정했다. 여야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디지털 성범죄를 확실히 차단할 수 있도록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실효적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 보완 및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용 대상을 가입자 수나 데이터 사용량 등에 따라 명확하게 규정하고 오픈 채팅방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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