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신경마비 환자의 과반수가 한방진료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두리 한의사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체 환자 표본(HIRA-NPS) 자료를 활용해 2016년 한 해 동안 안면신경마비 진단을 받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4,790명을 분석한 결과, 한의과 진료를 받은 환자가 54.4%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경외과 등 의과 진료만을 받은 환자는 23.3%, 한의과와 의과 진료를 모두 이용한 환자 비율은 22.3%였다.
연구팀은 한의과 진료를 받은 안면신경마비 환자 비중이 의과 진료 만을 받은 환자보다 많은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치료와 개선 효과로 인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다.
연구팀이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의료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한의과 진료를 받은 환자의 98.3%가 침치료를 시행 받았다. 최근에는 한의학에서 침치료와 함께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을 통해 신경 및 근육을 재훈련시켜 안면신경기능 개선을 도우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의과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표면 온열 요법과 전기 자극 치료 등 물리치료 비중이 44.4%로 가장 높았다. 가장 처방 빈도가 높았던 약물은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 계열 프레드니솔론으로 집계됐다.
인구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326명으로 나타났다. 남성(1.877명)보다 여성(2.913명)에서 발생률이 약 1.5배 높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도 증가하면서 50대 이상 환자 비중이 67%에 달했다.
안면신경마비는 눈과 입 주변 운동을 담당하는 근육이 마비되면서 얼굴이 비뚤어지고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라는 진단명으로 불리는데,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쌀쌀한 날씨에 발생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일교차가 크면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얼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안면신경마비는 크게 뇌졸중, 뇌종양 등의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나뉜다. 어느 쪽이든 치료가 늦어질 경우 증상 악화는 물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발견 직후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문의 제 1저자인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두리 한의사는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국적 규모로 1년간 축적된 자료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보건 정책 결정자와 임상 전문가들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BMC 헬스 서비스 리서치 10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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