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초 중국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은 당시 중국 최대 학술 기관이었던 중국과학원 산하의 철학사회과학부를 분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문화대혁명 여파로 가라앉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 환경을 되살리자는 의도였다. 그해 5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덩의 뜻을 받들어 철학사회과학부에 속해 있던 14개 연구 단위를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국사회과학원이 탄생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국무원 직속의 최고 싱크탱크이자 사회과학 분야 핵심 연구 기관이다. 산하에 37개의 연구소를 두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친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각 성과 주요 도시에도 분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체 직원은 4,2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연구 인력은 3,200여 명에 이른다. 이 연구소가 매년 초 내놓는 부문별 청서(靑書)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새해 정책 입안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사회과학원은 공산당과 정부·군부에 이어 ‘제4의 권력’으로 불린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사회과학원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평가에서 아시아 최고 싱크탱크에 꼽혔다. 201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한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는 아시아 1위, 세계 28위에 올랐다. 소속 연구 기관들이 사실을 왜곡해 주변국을 자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역사 연구 센터 ‘변강사지연구중심’은 2002년부터 ‘동북공정’을 주도해 한국과 마찰을 빚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공개한 ‘중국 경제 청서’에서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3%로 제시했다. 6% 아래 성장률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2.3%)를 제외하면 1990년(3.8%) 이후 32년 만이다. 미국 JP모건도 4.7%를 예상하는 등 중국 경제의 저성장을 예측하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10년 이내에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제로 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구조 개혁을 서두르고 과학기술 초격차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무역·투자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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