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3회 금리인상 시사에도 상승했던 것과 달리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나스닥이 2.47%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87% 내렸습니다. 어제 꽤 오른 결과일 수 있는데 월가 내에서는 일시적 하락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맞섭니다.
상황을 조금 더 봐야 할텐데요. 짐 레벤탈 세리티 파트너스의 파트너는 “어제와 오늘 오전의 움직임은 옳지 않다. 3~4개월 전에는 확실히 내년 금리인상 전망이 3번이 아니었다”며 “나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난 수십 년 간의 경험상 연준이 더 공격적이거나 덜 완화적일수록 시장에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오늘도 시장에서는 많은 얘기가 오갔습니다. 오늘은 인플레이션과 증시 움직임, 또 연준이 증시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금리 올렸는데 인플레 안 꺾이면 계속 올릴 수밖에 없어…대차대조표 축소가 낫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자세히 전달드렸습니다만 이제 연준은 내년에 3차례 금리인상이 가능합니다. 대차대조표 축소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겁니다. 앞으로 중요한 논의 가운데 하나가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를 잡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당연히 금리인상이 물가를 잡는 도구입니다만 여기에는 시차가 존재합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가 고(故)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말을 빌려서 얘기한 것처럼 지금 금리를 인상해도 약발이 드는 것은 18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강력한 의지는 사람들의 심리(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주긴 하지요.
그럼에도 금리인상이 즉각적으로 아주 큰 효과를 내지 않음은 명확합니다. 어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인플레가 떨어진다고 예측한 것은 금리인상 때문이냐’라는 질문이 나왔었습니다. 이 부분은 전해드리지 못했었는데, 파월 의장은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서 그런 것”이라며 “정책부분(금리인상)도 있다”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주는 공급망이고 정책은 부분적 효과었지요.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준 이사에 지명됐었던 주디 셸턴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이 (내년에) 첫 번째 금리인상을 시작했는데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인플레가 더 높아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연준은 추가로 올리고, 추가로 올릴 것이다. 우리는 연준이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 있으며 이것은 시장혼란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안도 키울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내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달보다 더 오른다면 당장 정책효과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겠죠.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연준은 다시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하는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더 세게, 더 세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금리를 올렸는데 인플레 수치가 안 잡히면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는 증시와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주디 셸턴의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금리인상에 민감한 대출도 많다”며 “금리인상이라는 뭉특한 도구보다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요.
실제 금리인상의 경우 미 국채 수요가 많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이 경우 계속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대차대조표 축소가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현재 이런 얘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내년에 금리인상에도 인플레가 잡히지 않을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줄리안 브리그덴 인텔리전스 파트너스의 매크로 담당 헤드는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연준의 경제전망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훨씬 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월의 말, 내년 1월 중순에서 말에 재확인해야…증시 급락하면 연준 물러날 것”
최근에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연준이 증시를 엄청 신경쓴다”는 겁니다. 월가에서 거래를 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날 주디 셸턴도 “파월은 정치뿐만 아니라 시장에 센서티브하다”고 했습니다. 이는 연준의 정책에 증시가 무너지면 안 되고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움직이려고 최대한 신경을 쓴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이와 관련해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담당 디렉터의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그는 이날 중요한 포인트를 여럿 꺼냈습니다. 캐신 디렉터는 “사람들에게 (12월) FOMC 회의 내용에 너무 신경쓰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며 “파월의 말은 1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재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렇습니다. 지금 내년 3회 금리인상 가능성이 매우 우세한 상황인데 올 연말, 내년 초까지 지켜봤을 때 시장이 급격히 나빠진다면 파월 의장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고 증시가 꾸준히 큰 틀의 상승세를 탄다면 더 고삐를 죄겠죠. 12월 FOMC 내용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데이터를 더 보면 확실해진다는 뜻입니다.
캐신 디렉터는 “만약 증시가 너무 빠르게 하락하고 시장이 이를 나쁘게 받아들인다면 연준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며 증시상승에 가계자산이 증가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인플레이션이지만 가계의 주요 자산인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 사람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 있겠죠. 인플레는 계속 떼가는 세금 비슷하지만 경우에 따라 주식 투자금액은 이를 상쇄하고도 훨씬 남는 금액일 겁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은 내년 초에 급격히 내려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의 설날과 동계 올림픽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올 수 있다는 얘기죠. 기술주에 대해서는 메가캡이 내년 상반기에도 증시의 주요 요소겠지만 재평가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이백(자사주 매입)이 개별 기업 주가 상승의 주요 동인이 될 수 있다고도 봤죠.
어쨌든 핵심은 내년 1월에 상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1월 FOMC(1.25~1.26)를 앞두고 중순부터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고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때쯤이면 오미크론 변이에 관해서도 더 많이 알 수 있겠죠. 인플레이션에 관한 지표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야 연준이 지금의 주된 예측대로 5~6월에 금리를 올릴지, 아니면 이것이 3월로 앞당겨질지, 횟수도 2회일지 3회일지 그림이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 일정도 그렇구요. 지금은 연준이 계속해서 완화적일 수도 있다는 쪽을 무작정 기대하기보다 내년 3회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면서 내년 1월에 업데이트를 잘 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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