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한결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한바탕 예산 전쟁을 치른 지자체가 내년도 국비 확보를 끝남과 동시에 이제는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으로 전환하며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부 계획에는 반영됐지만,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사업의 경우 지역균형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앞세워 예타조사 면제추진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1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와 대구간 달빛고속철도를 거치는 지자체에서는 신남부 광역경제권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예타 면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여년 간 숙원사업이었던 달빛고속철도가 예타면제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조기 착공될 경우 그만큼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바람에서다.
광주와 대구를 1시간대로 연결하는 달빛고속철도는 203.7㎞ 노선에 4조 85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확정됐다.
앞서 지난 7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관한 달빛고속철도 토론회에서는 영·호남 6개 광역시·도 및 10개 기초자치단체장 등이 공동으로 정부에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와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울산시는 울산의료원 건립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한다. 전국 시·도 중 공공의료원이 없는 울산과 광주는 이번 코로나19로 병상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공공의료시설 부족이 시민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이에 울산시는 예타 면제를 위해 지난 10월 울산의료원 사업계획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울산의료원은 북구 창평동 1232-12번지 일원에 500병상 규모에 22개 진료과로 건립된다. 인력은 의사 109명에 간호사 472명 등 871명이 예상된다. 부지면적은 4만㎡이고, 연면적은 5만5,328㎡에 이른다. 소요예산은 2,880억원이다. 만약 예타 면제가 되지 않을 경우 시는 내년에 정식으로 예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울산의료원 설립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울산시와 광주시가 추진하는 의료원 건립 사업은 내년도 공공의료원 설립 예산으로 10억원이 반영돼 있을 뿐 사업방향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전남도는 광양항 묘도수도 항로 직선화 사업을 추진해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왕래하는 위험물 취급 선박의 통항 안전성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광양(여천)항 묘도수도 항로 직선화 사업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총사업비 1,374억원을 들여 준공한다는 목표다. 핵심 사업으로는 송도 일부와 소당도 제거에 따른 항로 폭을 185~205m에서 300m로 확장하고 수심 10m, 준설 151만㎥, 암 발파 70만㎥ 등을 골자로 한다. 최정기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여천 항로를 이용하는 선사의 통항 안전성 확보와 체선율 저감을 위해선 광양(여천)항 묘도수도 항로 직선화 사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인천시의 백령공항과 충남도의 서산공항 건설사업은 올 하반기 예타 대상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해 심의에서 두차례 탈락한 바 있는 인천시는 접경지역 정주여건 개선, 서해 5도 관광 활성화 등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한 끝에 사업 심사 대상에 올릴 수 있었다. 백령공항은 사업비 1,740억원을 들여 길이 1.2km·폭 30m 규모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계류장·관제탑 등을 갖추고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소형 공항을 짓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건설사업과 남북평화도록 건설사업을 예타 면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충남 서산공항은 서산시 고북·해미면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를 활용하고 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1996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하고 제2차 공항개발 중장기 발전계획에 반영됐지만, 충남도는 국토 균형개발, 저렴한 투자 비용, 항공 서비스 소외 해소 등을 내세우며 공항 유치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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