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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 '꼼수' 부동산 반성문…"대선용 세금 선심, 불신만 키울뿐"

[전문가가 본 '보유세' 동결]

  세법 개정 없인 현실성 낮아 대선 후 관철도 불투명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재검토 등 근본 대책 필요

  이념 치우쳐 과속하더니…'구조적 모순' 해결 외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 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위해 지도부 자리로 모이고 있다. 박완주(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권욱 기자




집권 후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더 높은 강도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방법이 안 된다면 보다 강력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밝혔고 그 뒤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세제부터 금융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의 대책을 쏟아 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그리고 나서 2년 여가 지난 지금. 민주당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이념에 갇혀 부동산 정책을 과속하던 민주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20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세대 1주택 실소유자의 재산세 등 증가분에 대해서는 다른(공시가격 현실화 유예를 제외한) 정책적 수단과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 내놓은 것들이 △재산세·종부세 완화를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보유세 부담 상한 비율 도입 △고령자 종부세 납부 유예 △건보료 산정 조정계수 도입 △공시가격 현실화 유지(확정) 등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반성 혹은 변심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를 어떻게 볼까.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 종부세율 증가 등의 정책 방향이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점을 당정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고 임시변통하는 것은 구조적인 모순 해결을 외면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근본 처방은 빠진 채 임시방편의 대책만 내놓고 있고, 대선이 끝나면 관철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 현실화 철회 등 근본 대책이 빠진 상태에서의 미봉책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이 발표한 내용은 1년짜리 혹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의 소급 적용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내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을 위한 공시가격을 2022년분이 아닌 2021년분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토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재산세를 올리지 않을 가장 빠른 방법이다. 박 의장은 “2022년도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사용하면 연동돼 ‘동결’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데 그런 방안도 검토하는 내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해 현실성이 낮다.



그나마 현실성이 높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은 한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의 기준이다. 현재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60%인데 계수 조정을 통해 이를 일정 비율만큼 낮추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영구적일 수는 없다. 고무줄처럼 기준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 더욱이 95%를 적용받는 종부세와도 격차가 커져 또 다른 논란의 소재가 된다.

재산세 상한선 조정 방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전년보다 부과할 세금의 상한을 뜻하는 재산세 부과 한도(공시가격이나 지자체가 산정한 가액 기준) 비율은 △3억 원 이하 105% △3억 원 초과~6억 원 이하 110% △6억 원 초과 130%다. 민주당은 이를 일정 비율만큼 낮춰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방세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또 설령 조정을 통해 내년은 낮추더라도 그다음 해에는 재산세가 더 튀어 오른다. 납부 세금은 낮출 수 있지만 납세의 기준점은 그대로여서 그다음 해에는 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세금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1가구 1주택자 중 고령자 종부세 납부 유예도 검토하겠고 했는데 이 역시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의 협조, 그리고 정부나 청와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의미다.

대선을 앞둔 당정의 부동산세 부담 완화안 검토가 선거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장의 임시 조치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장기적 방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계속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내용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책의 신뢰를 까먹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납세자 입장에서 세 부담을 더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책이 반복해서 방향이 바뀐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 신뢰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임 팀장은 또 “현재 시장은 대출 규제, 고점 인식에 따른 관망세로 이번 당정 협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정책이 안정되는 시점까지 매수 시기나 매도 시기를 계속 늦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으로부터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이제 막 부동산 가격이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텐데, 정책을 거꾸로 돌리는 데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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