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인 오라클이 전자의료기록용 소프트웨어 기업 서너(Cerner)를 인수하면서 헬스케어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 과거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영광을 누렸지만 클라우드 시장의 존재감은 미미했던 오라클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라클이 역대 최대 규모인 283억 달러(33조 7,477억원)에 서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오라클이 서너에 통 큰 베팅을 한 이유는 성장 동력 모색이 꼽힌다. 한때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최강자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아마존웹서비스가 전체 점유율의 46.5%를 차지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0.5%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전세를 뒤집을 판도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는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했다. 엘리슨 창업자는 이달 초 "헬스케어는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분야 중 하나"라며 "오라클의 미래에 있어서는 중요성의 수준이 은행 업무와 비견될 정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엘리슨 창업자 뿐만 아니라 많은 빅테크 기업이 헬스케어를 새로운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의료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0% 가량을 차지하는데 반해 의료 부문에서는 디지털화가 더디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점쳐진다는 게 WSJ 분석이다.
서너는 병원과 의사들이 의료기록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 업계 1위인 에픽 시스템즈 다음으로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반 자문회사인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에 따르면 서너가 속해있는 전자의료기록 소프트웨어 시장의 전체 매출은 291억 달러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35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레이 왕 창업자는 "클라우드로 이전할 서너의 데이터가 방대하기 때문에 오라클은 전자 의료 기록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오라클에 있어서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오라클 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오라클은 짧은 영상 기반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해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했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양측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를 포기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