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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갈등 최고조 와중에…中, 美 LNG '역대급' 사들였다

■美 에너지 의존도 커지는 中

국영 에너지기업, 앞다퉈

대규모 장기 수입계약 체결

'최악 전력난' 10월 이후 7건

통상·외교 등 첨예한 대립 속

천연가스가 새 불씨 될 수도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최근 미국과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전력난과 석탄에서 천연가스 등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탈(脫)탄소의 영향으로 미국산 천연가스를 대거 사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LNG 가스 수출량은 지난 8월 520억 ft³(입방피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필수재’인 에너지에 대한 미국 의존도가 커진다는 의미여서 이를 바라보는 시진핑 중국 정부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이날 미국 민간 LNG 공급사인 벤처글로벌과 앞으로 20년 동안 연간 LNG 350만 톤을 수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국영 석유사 시노펙이 해마다 LNG 400만 톤을 20년간 수입하는 계약을, 시노펙 자회사인 유니펙은 350만 톤 규모의 단기 수입 계약을 각각 벤처글로벌과 체결한 바 있다.

또 같은 달 중국의 거대 화학 기업인 시노켐(중국중화그룹)은 미국 LNG 수출 기업 셰니에르와 연간 90만 톤의 LNG를 17.5년 동안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산 LNG 수입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이 이 같은 ‘릴레이 계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FT에 따르면 미중 LNG 수출입 계약은 10월 이후 7건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호주와의 신경전 속에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영향으로 올 3분기 심각한 전력난을 겪는 와중에 미 LNG 업체와의 계약이 집중된 것이다.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역대 최대인 516억ft³를 찍은 것도 올 8월로 중국 현지 전력난 시점과 겹친다.



문제는 앞으로 이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탄소 저감을 위해 석탄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비교적 적은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고 있다. 천연가스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에서 지난해 8%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 사벨 벤처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거래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 같은 상황은 이른바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된 미국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중국 LNG 수입량 가운데 절반은 미국과 호주산이다. 앞으로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천연가스 관련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외교·안보에서 경제·산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 분야에서 서로 핏대를 세우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다.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천연가스 가격은 2005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은 최근 천연가스 업체에 ‘LNG 수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천연가스 공급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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