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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터뷰] 서주형,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반올림' 욱이

2022년, 이 스타를 주목하라 ①

소녀들의 첫사랑이던 '반올림' 욱이

돌연 캐나다 유학…연기에 갈증 느껴

"단 한 명이라도 공감케 하는 배우 목표"

2021 연말특집 인터뷰 - 배우 서주형






+서문

보내는 아쉬움과 다가오는 설렘이 공존하는 시기. 각자 애써온 것들을 마감하고 삶의 챕터를 고이접어 넘기는 때. 끝에는 항상 다음이 있다. 그래서 끝은 곧 시작이다. 여기, 한 해를 소중히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 서울경제스타 사무실을 찾아온 이들이 있다. 올해를 발판 삼아 2022년 제대로 도약에 나서는 가수 그리고 배우들의 이야기. 총 4회에 걸쳐 전하는 연말특집 인터뷰, 2022년 이 스타를 주목하라!


서주형 / 사진=성형주 기자


KBS2 드라마 '반올림'의 욱이를 기억하는가. 2004년 풋풋한 첫사랑 욱이의 모습으로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배우 서주형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돌연 유학길에 올랐지만, 그의 연기 열정만큼은 다시 바다를 건너올 정도로 강력했다. 귀국 후 꾸준히 배우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그는 2021년을 발판 삼아 터닝포인트가 될 2022년을 준비한다.

서주형이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다. 아동복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연기학원 전단지를 보고 부모님을 졸라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을 다니면서 윤석호 감독의 단막극을 하게 됐고, '야인시대'까지 연이어 출연했다.

"아침드라마 '찔레꽃'을 찍고 있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반올림' 오디션 제안 전화를 받았어요. 그때는 유학을 계획하고 있던 시기라 '못 볼 것 같다'고 거절했죠. 그런데 또 전화가 오더라고요. 결국 차를 돌려 오디션을 보게 됐죠. 당시 미국에서 911 테러가 터지는 바람에 유학은 잠시 뒤로 미루게 됐고, 마침 '반올림'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까지 받았어요. 인연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반올림'에 출연하게 됐어요."

'반올림'은 중학생 옥림(고아라)이와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욱이는 또래 남학생들이 그렇듯, 축구를 좋아하고 장난기 많은 소년이지만 타고난 따뜻한 성품 덕에 여학생에게도 인기가 많은 인물이다. 옥림과는 소꿉친구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린 소년소녀의 모습을 풋풋하게 그렸다. '반올림'은 종영한 지 약 16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욱이 캐릭터 역시 기억되고 있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풋풋해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출연자들끼리 케미도 좋았죠. 솔직히 저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평범해요. 평범한 게 매력이라 제 얼굴을 좋아하는 편이죠. 어떤 이미지가 박혀 있는 게 아니라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얼굴이라 사람들이 더 기억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20대 초반까지는 '반올림'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옛날 이미지를 기억해 주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감사해요. '반올림'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당시 10대 소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서주형은 '반올림'의 인기를 뒤로하고 돌연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 '반올림'으로 인해 다음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에서 유학은 놀라운 선택이었으나 서주형은 그냥 캐나다에 놀라가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역 배우 이미지가 굳어지면 나중에 안 좋을 거'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이를 이기고자 유학을 결심한 거예요. 배우를 계속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놀라더라고요. 어머니에게 문의 전화도 많이 왔다고 들었어요. 저는 너무 어려서 다음 작품이나 향후 활동 등에 대한 생각까지는 못 했던 것 같아요."

서주형이 유학 간 사이, 함께 '반올림'에 출연한 배우 고아라와 유아인은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주형은 축하를 해주면서도 '나도 같이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먼 타국에서 부러움과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가뜩이나 낯선 환경 때문에 힘들었어요. 1년은 거의 침대에서 울다시피 한 것 같아요. 부모님은 힘들면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불효인 것 같아서 꾹 참았어요. '반올림'에 함께 출연한 친구들이 잘 되는 걸 보면서 여러 감정이 공존했어요. 돌아보니 열등감이더라고요. 그래도 유학을 후회하진 않아요. 혹시 한국에 남았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궁금증만 있을 뿐이죠."

"캐나다에 간 지 1년이 넘어서는 적응이 돼서 그런지 행복했어요. 아무 걱정 없어 친구들과 많이 놀았던 것 같아요.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운동도 많이 했죠. 그런데 빨리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반올림'을 같이 찍은 친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면서 나도 한국에 가서 연기하고 싶다는 강해졌어요. 그렇게 3년 반 만에 캐나다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됐어요."



귀국 후 서주형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연기 공부를 하면서 작품 준비를 시작했다. 아역 시절의 연기와 성인이 된 후의 연기는 달랐다고. 어린 시절에는 큰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연기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과연 연기가 나에게 맞는 건가'라는 고민으로까지 이어졌다.

"연기 공부는 계속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당시 전 제가 잘난 줄 알았어요. '반올림'이 워낙 잘 돼서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실 줄 알았어요. '내가 또 오디션을 봐야 돼?'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정말 건방진 생각이었죠. 당연히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점점 잊혀가는 상황에 많이 무서웠어요. 공백에 대한 부담을 그때 체감했죠."

"지금도 100% 내려놨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95% 내려놨는데, 물론 이것도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네요.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혼자 다짐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죠.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연기하시는 분들 중에 잘생긴 분도 많고, 키 큰 분도 많고, 정말 연기 잘하는 분도 많잖아요. 그중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되뇌었어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돼'라는 다짐도 함께였어요. 그래도 남은 5%는 조금이라도 큰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자신을 내려놓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도리어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연기자의 삶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행복 때문이었다. 서주형은 연기를 할 때 느끼는 즐거움과 관객들과의 소통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배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연기에 대한 즐거움은 연극할 때 정말 많이 느꼈어요. 26살 때 대학로 소극장에서 3~4개월 동안 공연을 했는데, 관객을 3분 모시고 한 적도 있었죠. 전 3분 모시고 한 그때 공연이 가장 재밌었어요. 숨소리까지 다 공유되는 기분이었어요. 관객들 옆에 앉기도 했고, 이야기도 주고받았는데 살아 있는 공연이라고 느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연기구나 실감했죠. 내 표정 하나, 행동 하나에 관객들이 반응하니까 짜릿하더라고요. 저는 앞으로 단 한 명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서주형은 배우 생활을 조금씩 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많이 고칠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예전에는 현장에 가면 자신보다 연장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중간 정도 위치라고.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게 됐다.

"아직 변하지 않은 건 카메라 앞에 섰을 때예요. 제가 얼굴이 잘 빨개지는 편인데, 이걸 조절할 수 없어서 힘들어요. 사실 사람이다 보니 NG도 날 수 있는 건데,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얼굴부터 목이 다 빨개지더라고요. 어떻게든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인가 봐요. 제가 고쳐야 되는 것 중 하나예요."

이제 서주형은 도약을 꿈꾼다.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활동명도 서현석에서 서주형으로 바꿨다. 서현석이라는 이름이 활동하기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어머니의 권유였다. 또 MBN '보이스 트롯'에도 출연해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겸손함을 잃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렇기에 앞으로 겸손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관객들이 제 이름을 들었을 때 '저 배우 나오면 봐야지'라는 말도 듣고 싶어요. 제가 조승우, 유해진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그분들은 관객들이 믿고 보잖아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터닝 포인트는 캐나다 유학이었어요. 이제는 다가올 터닝 포인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올해는 제가 계획한 걸 모두 이뤘어요. 작은 역할이더라고 3~4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루게 됐죠. 아마 내년에는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022년에는 사람들이 저를 다시 한번 기억해 줄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 서주형이 연기하고 있구나. 잘 컸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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