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인구가 전년 대비 고작 0.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보다도 적은 수치로, 건국 이래 최저 수준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이미 인구 증가세가 주춤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발생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 7월 1일까지 미국 인구가 전년 동기 대비 39만2,665명 늘어나 0.1%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인구가 100만 명 이하로 늘어난 것은 지난 1937년 이후 처음이다. 인구조사국은 “20세기 들어 인구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인플루엔자 팬데믹과 제1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1918~1919년”이라며 “0.1%는 인구조사국이 인구 추계를 시작한 1900년 이래 최저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인구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속된 저출산이 인구 증가율을 끌어내리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하며 인구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자연 증가(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수치)는 14만 8,043명에 불과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83만여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인구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었지만 지난 10년간은 연평균 200만 명 이상이 증가했었다고 지적했다. 뉴햄프셔대의 케네스 존슨 인구학자는 “고령화가 사망률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저출산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인구 증가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이주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민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늘어난 해외 순이민자 수는 24만 4,622명으로 전년 동기(47만 7,00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인구조사국의 크리스티 와일더 인구통계학자는 “저출산과 이민 감소로 인구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는 반면 고령화로 사망률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결합하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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