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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그립 세게 쥐어달라" 金에 전권…총괄상황본부가 진두지휘

◆내홍 수습 갈림길 선 '尹 선대위'

대선시계 125일 중 48일 집안싸움…분열 경각심 커져

정책·전략 등 메시지 혼선 조율…마지막 쇄신책 추진

"매머드급 유지에 미봉책" 지적 속 갈등재발땐 큰 타격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준석 대표와 회동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권욱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원톱’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그립을 쥐어달라”며 선거대책위원회 수술을 맡겼다. 지난 11월 5일 윤 후보가 선출된 후 48일간 지속된 내부 투쟁으로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보직 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국민의힘 선대위가 사실상 마지막 쇄신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항공모함에 비유되는 선대위를 종합상황본부를 중심으로 ‘기동 헬기’식 운영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에도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다시 분열이 일어나면 윤 후보의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을 만나 “선대위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그립(주도권)을 좀 더 강하게 잡고 하시겠다고 했고, 저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전날 선대위에서 항명 논란을 겪은 조수진 공보단장과 이준석 상임선대본부장이 동시에 사퇴한 뒤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경선이 마무리된 지난달 5일부터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125일의 기간 가운데 이날까지 3분의 1이 넘는 48일을 내부 투쟁에 허비했다. 이에 윤 후보는 선대위 내부 분열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안고 김 위원장과 회동했고 조직 쇄신의 전권을 맡겼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선대위를 거대하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움직일 때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뭘 어떻게 정리해 구체적으로 해나갈 것인가는 앞으로 보시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에 대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항공모함”으로 규정하고 “기동 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개편 방안을 미리 밝혔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선대위의 기동 헬기는 총괄상황본부가 맡게 된다. 김 위원장과 함께 선대위에 합류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총괄상황본부가 중심이 돼서 (업무 효율화 등) 그런 것을 해나갈 것”이라며 “방향 설정과 조율하는 문제, 완급과 경중을 판단하는 업무를 (한다)”고 밝혔다. 7일 선대위는 임 본부장이 이끄는 종합상황본부와 권성동 사무총장이 책임진 종합지원총괄본부로 ‘투톱’에 가까운 체제였다. 이 때문에 보고 체계에 혼선이 빚어졌고 손실보상 추경 시기에 혼란이 생긴 것은 물론 윤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 허위 경력 의혹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나아가 조직 내에서는 김 위원장 휘하에 있는 총괄상황본부와 권 사무총장 아래인 종합지원본부 인사들이 서로 견제하며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팽배했다. 하지만 총괄상황본부로 통로를 일원화해 선거 전략 및 대외 메시지와 관련한 선거 캠프의 혼선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 역시 정책총괄본부를 통해 총괄상황본부가 최종 조율할 계획이다. 임 본부장은 “이제 한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바뀌어서 과거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선거 77일을 앞둔 시점에서 선대위가 가까스로 내홍을 수습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대위 최종 컨트롤타워만 총괄상황본부로 정리됐지 항공모함식의 비대한 조직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역시 이 대표와 조 의원이 각각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보단장에서 물러난 것 이상의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또 총괄상황본부 역시 완전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임 본부장은 권 본부장과의 업무 분담에 대해 “업무 분장이 딱 있는 것은 아니고 권 본부장은 당 사무총장, 총괄지원본부, 상황과 지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쇄신의 강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야당 안팎의 평가도 적지 않다. 2012년 박근혜 선대위에서는 측근 정치가 문제가 되자 당시 김무성 총괄본부장과 이학재 비서실장이 집권 후 ‘임명직’ 포기 등을 내걸고 백의종군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은 선대위 핵심 인사들을 향해 “이길 선거라고 보고 누구도 자리를 내놓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선대위에서 또 갈등이 표출될 경우 윤 후보의 리더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들은 자리싸움에 관심이 없는데 내부 투쟁이 너무 오래 시간을 끌고 있다”며 “한 진영의 내부 갈등이 컸던 선거는 이긴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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