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물리학과 출신 기업 ‘플라즈맵’이 미국 진출 신호탄을 쐈다.
플라즈맵은 자체 개발한 소형 플라즈마 멸균기 ‘STERLINK’로 미국 글로벌 기업 V사와 5년간 3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V사가 플라즈맵으로부터 분기별 협약한 수량의 제품을 5년 동안 공급받아 병원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플라즈맵은 지난 10월 비(非)미국계 최초로 해당 기술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STERLINK는 FDA 2등급 의료기기(Class II Medical Device) 인증을 획득한 소형 플라즈마 멸균기다. 기존 대형 플라즈마 멸균기가 1시간 이상을 멸균함에 따라 대용량 제작이 불가피했던 점을 보완, 장비와 가격을 10배 이상 낮춘 게 특징이다. 플라즈마 멸균제를 직접 주입하는 기술(Medi-DSP)로 전용 파우치를 개발, 멸균 소요 시간을 최소 7분까지 단축시켰다.
이번 계약의 판매처는 바로 미국 전역의 동물병원이다. 예컨대 일반 병원은 의료기기에 관한 일회용·다회용 관련 법률이 제정돼 있다. 반면 동물병원은 멸균 솔루션에 대한 특정 근거가 없다. 때문에 재사용과 같은 문제에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플라즈맵의 STERLINK는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500달러 수준의 일회용 동물병원 의료기기를 급속으로 멸균 처리해 재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기존 대형 장비보다 10배 이상 작은 규모와 가격인 STERLINK의 장점도 동물병원의 적극적인 활용에 한몫했다.
플라즈맵은 지난주 미국 델라웨어에 미국 지사(Plasmapp America)도 설립했다. 이번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또 다른 미국 글로벌 기업 P사와의 계약도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치과, 안과, 정형외과 등 공급처 범위를 확장해 STERLINK를 대대적으로 판매, 플라즈마 멸균기 원천 기술이 개발된 미국 시장에서 정면 승부 보겠다는 계획이다.
임유봉 플라즈맵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독보적인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지닌 플라즈맵 소형 멸균기가 미국 시장도 필요로 하고 수요가 높다는 걸 알게 됐다”며 “플라즈맵이 의료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에 과감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즈맵은 지난달 17일 열린 ‘2021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서 ‘대한민국 기술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기술대상이 주로 삼성, LG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번 플라즈맵의 수상은 스타트업 중 유일하다. 지난 16일엔 벤처창업진흥 유공포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플라즈맵은 2015년 KAIST 물리학과 플라즈마 실험실에서 태동한 스타트업이다. 현재까지 특허 143건을 출원하며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으로 평가받았다. 올해 초에는 한국거래소 상장을 위한 예비 기술상장 특례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최근 사전기업공개(Pre-IPO)를 통해서 투자를 유치,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46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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